[이성필기자] 성남FC 골키퍼 전상욱은 승부차기 선방의 귀재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능력이 돋보인다. 2014 FA컵 16강 광주FC전에서는 연장 전반 12분 키커 이종민의 킥을 막아내며 2-1 승리에 기여하더니 전북 현대와의 4강전에서도 승부차기 돌입 직전 교체 투입, 5-4 승리를 이끌었다. 현란한 움직임으로 전북의 마지막 키커 이승기의 실축을 이끌어냈다.
당연히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를 앞두고 몸을 풀었다. 박준혁이 수 차례 위기를 넘기고 연장 후반까지 잘 끌고왔기에 승부차기에서 제 몫만 해주면 됐다.
전상욱은 오른쪽 코너 밖에서 몸을 풀며 투입을 기다렸다. 서울이 먼저 유상훈을 투입해 승부차기를 대비하자 곧바로 전상욱을 벤치로 불렀다. 그런데 서울이 볼을 돌리며 교체 틈을 주지 않았다. 전상욱도 하염없이 그라운드를 바라보다 주심의 종료 호각 소리에 벤치로 들어가야했다.
김학범 감독은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 전상욱은 박준혁을 불러 자신의 노하우와 키커들의 방향을 모두 알려주며 선방을 기원했다. 그 순간에 할 일은 조언이 전부였다.
놀랍게도 박준혁은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킥을 모두 막아냈다. 둘다 왼발잡이였다는 공통점까지 있었다. 교체 실패가 전화위복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를 떠올린 전상욱은 "서울이 볼을 돌리면서 시간을 끌었다. 우리가 몰리던 상황이라 끝나기 직전에 나갈 생각이었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라며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박준혁에게 다가가 전날 함께 서울의 킥을 분석했던 것을 복기시킨 전상욱은 "선수들의 특징만 알려줬다. 안정감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첫 번째 키커를 막는 것을 보고 '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이득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박준혁에게 공을 돌렸다.
전상욱은 2005년 성남 일화 시절 입단했다. 주전과는 거리가 멀었고 2010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 후 기량을 꽃피워 2013년 다시 성남 유니폼을 입었다. 성남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남은 것은 강등 위험에 빠진 팀을 구하는 것이다. (박)준혁이와 함께 2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강등을 막겠다. 우승 기쁨은 오늘까지 즐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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