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시끌시끌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정규시즌 7위로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을 낸 데다 김시진 감독의 사퇴로 새 사령탑 선임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인데 구단 내부의 불화까지 밖으로 불거지면서 선수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규시즌을 끝낸 롯데 선수들은 27일부터 1, 2군으로 나뉘어 각각 사직구장과 상동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롯데는 현재 감독과 수석코치 등 팀을 지휘할 이들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부터 팀을 이끌던 김시진 감독은 지난 17일 정규시즌 최종전인 LG 트윈스와 경기를 앞두고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이후 롯데 구단이 취한 조치는 박흥식 타격코치, 정민태 타격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고 트레이닝 부문을 맡고 있던 장재영, 이진오 코치의 보직 변경만 단행했을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은 마무리훈련에 들어갔는데 쌓여왔던 내부 갈등이 밖으로 터져나왔다.
27일 오전, 롯데 선수들이 새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공필성 코치의 감독 선임을 결사 반대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단은 서둘러 사태 진화에 나섰고 주장 박준서가 선수들이 그런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구단이 선수들의 갈등을 조장했다며 선수들이 이날 밤 긴급 회동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발표된 롯데 선수단 성명서의 주된 내용은 구단 프런트와의 갈등이다. 구단 내부에 특정 라인이 만들어져 팀워크를 해친다는 비판이었다.
성명서에는 여려 명의 실명이 거론됐다. 이문한 운영부장, 공필성 코치, 그리고 선수단 주장 박준서다. 선수단은 성명서에서 직접적으로 이문한 부장을 거론하면서 선수단 내에 파벌을 조장했다며 날선 비판을 했다.
이로써 소문으로만 나돌던 롯데 선수단과 프런트 그리고 일부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은 사실로 드러났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는 대화를 나눴다. 서로 입장 차이를 전해 듣고 그동안 쌓인 오해를 풀고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새 감독 선임 문제와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들이 구단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선수단과 프런트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단 대표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서 사태가 정리되나 싶었다. 하지만 이후 언론 매체를 통해 나온 후속 보도에 대해 선수단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발했다. 구단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선수단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선수들이 집단 행동을 한 이상 이제 공은 다시 구단으로 넘어왔다. 이제부터라도 서로 쌓인 오해와 갈등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불거진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일이 최선이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는 정규시즌 혹은 포스트시즌 최종전이 끝난 바로 다음날부터다. 그런데 롯데는 공석인 감독 선임조차 못한 채 내부 갈등이 겉으로 폭발하며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흔들리는 '거인군단'의 다음 행보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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