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부담감 극복. 금메달을 눈앞에 둔 박태환(25, 인천시청)의 가장 큰 과제다.
박태환은 21일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85로 동메달을 따낸 뒤 "내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기대감과 무게감이 뒤섞여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 신성 하기노 고스케(일본)가 1분45초23으로 금메달을 차지했고, 쑨양(중국)이 1분45초28로 은메달을 땄다. 박태환과 쑨양의 2파전으로 예상됐던 200m 자유형에서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박태환은 "어깨가 무거웠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이 열리는 경기장은 '문학박태환경기장'이다. 한국의 수영 영웅 박태환의 이름을 땄다. 대회 전부터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박태환이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3관왕 3연패'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대회에서 자유형 200m, 400m, 1천500m,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자유형 100m, 200m, 400m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2연속 3관왕의 대업이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3연속 3관왕으로 향했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 첫 경기였던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사실상 3관왕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사이 새로운 라이벌도 등장했다. 박태환과 쑨양을 제치고 자유형 2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하기노는 개인혼영 200m에서 1분55초34로 아시아신기록을 경신했고, 남자 계영 800m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제 쑨양에 더해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하기노까지 견제해야 한다.
계영 800m에서 동메달을 추가한 박태환은 23일 자유형 400m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예선에서는 쑨양(3분51초17)과 하기노(3분52초24), 박태환(3분53초80) 순이었다. 예선 성적에 따라 박태환이 3번, 쑨양이 4번, 하기노가 5번 레인에서 결선 레이스를 펼친다.
박태환은 예선전을 마친 뒤에도 "예선이니까 기록은 큰 의미 없다"면서 "국내 대회가 약이 될 수 있지만, 나는 부담이 큰 것 같다. 첫날부터 부담감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해왔는데,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박태환은 쑨양, 하기노뿐 아니라 부담과도 싸워야 한다.
마이클 볼 감독도 박태환의 심리상태를 걱정했다. 볼 감독은 400m 예선전이 끝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홈에서 규모가 큰 국제대회를 치러서인지 박태환의 부담감이 상당하다. 주변의 과도한 기대가 박태환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인지 이전 경기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담을 떨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까지 세 차례 출전했던 박태환이 정작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고전하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 8월 열린 호주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3분43초15를 기록,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평정심만 찾는다면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의 통쾌한 설욕의 무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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