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박태환(25, 인천시청)과 쑨양(중국)의 2파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일본의 '신성' 하기노 고스케의 깜짝 금메달이었다.
21일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남자 200m에서 1분45초23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하기노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일본 기자들도 "하기노다!"라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 밖 스타의 탄생이었고, 아시아 수영의 양대산맥 박태환과 쑨양에겐 다소 굴욕적인 결과였다.
하기노는 150m 구간까지 1분19초23으로 셋 중 가장 뒤처졌다. 이때만 해도 쑨양이 1분18초30으로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마지막 50m에서 승부가 갈렸다. 하기노는 놀라운 막판 스퍼트로 이 구간을 26초 만에 역영하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약 2초 느린 27초51이 걸렸다.
하기노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남자 배영 100m에도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엄청난 기량을 가진 두 선수와 맞대결을 벌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금메달 인사를 전한 하기노는 "이 기세를 이어가 400m 자유형에서도 둘에게 도전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신예의 출사표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박태환은 이 경기 후 "너무 힘들다. 일단 내일은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박태환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힘들지"라면서 멋쩍게 웃었다. 박태환은 쑨양보다 2살, 하기노보다는 5살이 더 많다.
박태환은 "한국에서 열린 대회인 만큼 부담감이 컸다. 모든 사람이 내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무게감들이 섞이면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내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첫 국제대회를 치른다는 부담감도 컸다"고도 했다. "200m 3연패라는 단어들이 안 들릴 수가 없었다. 나도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했지만, 몸이 안 따라줬다"는 말에서 박태환의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박태환은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23일 자유형 400m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200m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한 뒤 400m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은 일단 틀어졌다. 400m에서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상실감은 더 커진다. 박태환은 어깨를 짓눌렀던 부담을 떨치고 스스로 외쳤던 '기록'에 도전해야 한다. 상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다.
쑨양도 400m 금메달을 벼르고 있다. 쑨양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3분40초14의 기록을 내 아시아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박태환의 최고기록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세운 3분41초53이다.
쑨양은 200m 역전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26초98을 기록해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쑨양은 "마지막 50m에서 전력질주를 하지 못해 아쉽다. 오늘 경험이 앞으로의 경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쑨양은 "터치패드를 찍다가 엄지손가락을 다쳤다"면서 치료를 받기 위해 먼저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부상 상태에 따라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새 라이벌의 등장으로 박태환과 쑨양의 금메달 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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