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넥센 박병호(28)가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8)의 위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승엽만이 유일하게 보유 중인 기록인 3년 연속 MVP 등극이다.
33년 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지만 꾸준히 최고의 자리를 지킨 선수는 많지 않다. 그 해 최고의 스타를 선정하는 MVP의 수상 내역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선수는 선동열(1989~1990), 장종훈(1991~1992), 이승엽(2001~2003, 3년 연속), 박병호(2012~2013) 등 4명 뿐이다.
이미 박병호는 2012년과 지난해 MVP를 수상하며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3년 연속 MVP에 도전한다. 올 시즌 역시 MVP를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올 시즌 역시 MVP의 주인공이 박병호로 정해진다면 이는 이승엽과 함께 단 둘 뿐인 기록이 된다.
경쟁 상대는 팀 동료들이다. '에이스' 밴헤켄, '거포 유격수' 강정호, '안타 제조기' 서건창 등을 넘어서야 한다. 현 상황에서 박병호가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넥센 사령탑 염경엽 감독도 올 시즌 MVP의 향방을 묻는 질문에 쉽게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염 감독은 "다 우리 선수들인데 누구 편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건부' 답변은 조심스럽게 들어볼 수 있었다.
염 감독은 "(박)병호가 50홈런에 타점왕까지 차지하면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강)정호가 타점에서 병호를 따라잡는다면 유격수라는 특성상 충분히 가능하다"며 "(서)건창이도 200안타를 달성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0안타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박병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강정호다. 밴헤켄은 다승(19승), 탈삼진(160개) 2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페이스가 주춤하며 평균자책점(3.61)은 3위까지 밀렸다. 서건창도 염 감독이 제시한 기준인 200안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13경기에서 23안타를 추가해야 한다.
반면 38홈런-107타점을 기록 중인 강정호는 유격수 최초 30홈런-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또한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종전 이종범 30개), 최다 타점(종전 홍세완 100타점) 신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앞으로 홈런 2개만 추가하면 유격수 최초 40홈런 고지도 밟게 된다.
하지만 강정호는 부상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손가락 부상을 입은 것. 이후 강정호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만 지키고 있다. 염 감독도 "대표팀에서도 뛰어야 하는 선수"라며 강정호를 무리시킬 생각이 전혀 없음을 나타냈다.
결국 박병호의 50홈런, 타점왕 여부가 MVP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6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는 박병호가 남은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타점 2위 NC 테임즈(108타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병호는 지난해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뒤 "2011년 트레이드 돼 넥센에 온 뒤 홈런 13개를 쳤더니 풀타임을 뛰어봐야 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작년에 풀 타임을 뛰면서 MVP를 받았다"며 "이제는 3년은 해야 인정받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올해 성적이 반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신과의 약속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는 박병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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