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의 수비수 변신은 합격점이었다.
기성용은 8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 플랫3의 스위퍼(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원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좀 더 수비적으로 내려선 이동이다.
공격력이 좋은 강팀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버티면서 우리만의 공격을 시도하려는 신태용 코치의 회심의 한 수였다. 전술적 유연성이 없었던 한국이 얼마든지 능동적인 변화가 가능한지도 측정하려는 의도였다.
200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같은 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있었던 기성용은 어색함 없이 몸에 맞는 옷처럼 움직였다. 볼을 간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기성용은 좌우로 볼을 돌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상대의 압박을 견디며 빠른 방향 전환 뒤 볼을 돌려나가는 움직임으로 우루과이의 공격수를 더 앞으로 끌어냈다.
공중볼 장악도 나쁘지 않았다. 공격수 앞에서 볼을 잘라내며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우루과이 윙어들의 힘을 뺐다. 워낙 수비적으로 내려서서 플레이를 하는 바람에 기성용은 할 일이 많았다.
때로는 공격 진영까지 올라와 압박하는 등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도 했다. 앞뒤로 왕성하게 움직이며 수비도 플랫3에서 플랫4까지 자유롭게 변형되며 우루과이의 공격을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세트피스에서도 적극 가담해 두 차례나 헤딩을 해냈다.
다만, 기성용이 뒤에 있는 바람에 공격 전개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기성용의 장점 중 하나는 너른 시야를 앞세운 패스 전개다. 전방을 보고 롱패스로 한 번에 동료에게 공격 기회를 연결하는 것이다. 수비 균형을 잡다보니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상대의 압박이 덜한 자유로운 상황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는 일품이었다. 후반 21분 손흥민(레버쿠젠)에게 한 번에 롱패스를 시도해 우루과이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손흥민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도움으로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단기적인 변화에 잘 적응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후반 29분 한국영(카타르SC)이 투입된 뒤에는 원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전진하며 수비수의 임무를 마쳤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여자대표팀 중앙수비수 심서연은 "정말 잘한다. 전체 라인을 수비적으로 끌어내려서 할 일이 더 많았을텐데 잘 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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