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감독 없는 축구대표팀이 소집됐다. 평균 연령 25.9세로 역대 월드컵대표팀 중 가장 어렸던 홍명보호의 추억은 지워졌다. 이번 대표팀은 명예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MVL) 호텔로 소집됐다. 이날 오후 귀국하는 곽태휘(알 힐랄), 구자철(마인츠05)을 제외한 20명이 모두 모였다. 대표팀은 오는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이전 대표팀과 달리 연령대가 다소 높아졌다. 이동국(35, 전북 현대), 차두리(34, FC서울), 곽태휘(33) 등 올드보이들이 대거 소집됐기 때문이다. 막내 손흥민(22, 레버쿠젠)에게는 거의 삼촌벌이다.
이들 베테랑들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특히 이동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를 넘어서 존경에 가깝다. A매치 1경기만 더 뛰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소화)에 가입한다는 점에서 대표 복귀 자체가 놀랍다는 것이다.
후배들은 한결같이 이동국이 모종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먼저 도착한 남태희(레퀴야)는 "나도 (이)동국이 형을 보면서 나이가 많아도 대표팀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잘하고 싶다"라며 의욕을 다졌다.
미드필더 박종우(광저우 부리)는 팀 분위기 잡기에 베테랑들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팀에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이동국과 차두리의 합류는) 긍정적이다. 나도 나중에 두 형들의 또래가 된 뒤 끝까지 (대표팀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본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동국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춰봤던 이근호(상주 상무)는 "검사를 해봐야 한다. 나이를 잊을 정도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손흥민은 "후배로서 경기력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멋있게 100경기를 채워주기를 바란다. 정말 존경스럽다"라며 이동국이 2연전에서 축구팬들에게 골을 선물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감독대행 역할을 맡은 신태용 대표팀 코치는 이동국에게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대표팀의 자존심 회복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동국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는 경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이동국의 골이 필요하다.
신 코치는 "이동국은 팀을 리드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 솔선수범해야 한다. 동생들을 챙겨주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K리그에서는 최고 득점을 하고 있고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로) 선발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라며 순전히 실력으로 뽑혔음을 강조했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동국 스스로는 어떨까. 그는 조심스럽게 "나는 똑같은 선수일 뿐이다. 운동장에서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처럼 분위기를 잡기보다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편안하게 대하겠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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