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창단됐다. 기존 팀들로부터 특별지명으로 선수를 받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단을 꾸렸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팀들과 견줘 나이와 V리그 경력이 짧은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김세진 감독은 2014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를 앞두고 한 가지 걱정을 했다. 선수단을 이끌 리더가 마땅치 않아서다. 지난 시즌에는 주장을 맡은 김홍정이 그 역할을 잘했다. 하지만 김홍정이 군입대하는 바람에 팀 리더 자리가 비었다.
김 감독은 팀내 선참급에 속하는 강영준과 한상길에게 그 자리을 맡기기로 마음 먹었다. 두 선수는 지난 2009-10시즌 프로에 데뷔할 때 소속팀은 달랐지만 인창중고와 경기대까지 함께 손발을 맞췄던 사이다. 그리고 팀이 창단되며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 감독은 "둘이 서로를 보조하며 선수단 전체를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강영준은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서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한상길은 이번 대회가 첫 무대다. 현대캐피탈에서 팀을 이적할 당시 현역 군인 신분으로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다.
한상길은 "전역 후 팀에 바로 합류했는데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강)영준이를 비롯해 팀 선수들이 잘 챙겨줘서 적응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익숙한 부분이 있다. 바로 팀 숙소다.
OK 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경기도 용인에 선수단 숙소와 전용체육관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 곳은 현대캐피탈이 오랫동안 사용한 곳이다.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천안으로 복합 베이스캠프를 차려 떠난 뒤 OK 저축은행 러시앤캐시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 한상길에게는 군 입대 전까지 운동을 했던 곳이라 낯설지가 않다.
한상길은 "유니폼,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만 바뀐 셈"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시절과 견줘 그는 말투와 행동이 조금 변했다. 신인 시절 한상길은 톡톡 튀는 선수였다. 머리도 염색했고 팀 막내였지만 고참 선수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장난을 치는 등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상길은 지난 20일 열린 한국전력과 대회 첫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를 가졌다. 그런데 군대어법이 화제가 됐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나까'로 대답했다. 지난 3월 전역했지만 아직 '군기'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한상길은 "아무래도 팀내에서 선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김세진 감독은 "현대캐피탈 시절과 견줘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예비역 병장 한상길에게는 그리운 얼굴이 있었다. 현대캐피탈 시절 직접 팀에 기증했던 강아지 '순덕이'다. 그러나 한상길은 순덕이와 만나지 못했다.
강아지 시절 현대캐피탈 선수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마스코트' 구실을 했던 순덕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덩치가 커졌다. 결국 숙소에서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다른 곳으로 입양시켰다. 한상길에게 다시 강아지를 기증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그러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며 "강아지를 돌볼 시간에 운동을 더해야 한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한상길은 이날 성공적인 코트 복귀전을 치렀다. 한국전력을 상대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려 15점을 기록한 강영준과 함께 팀의 3-0 승리에 도움을 줬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22일 열리는 대한항공전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대회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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