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은 변신을 거듭하며 진화된 축구를 선보인 독일의 우승으로 끝났다. 우승팀 독일 외에도 준우승팀 아르헨티나와 3위 네덜란드도 충분히 주목 받을 수 있는 대상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디에고 마라도나의 업적을 넘지는 못했지만 골든볼을 받은 것이나,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이 메시 다음으로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한 것은 공간 장악에 체력을 앞세운 축구의 전술적 변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과 같았다.
개최국 브라질은 4위에 올랐다. 4강까지 올라갔으니 기본은 한 것 같지만 브라질은 온통 침통한 분위기다.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1-7의 참패를 당해 '미네이랑의 참극'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었고, 네덜란드와의 3-4위전에서도 무기력하게 0-3으로 패하며 '축구의 나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월드컵이 끝난 뒤 브라질 언론은 자국 축구리그 재개 소식에 열을 올리며 치열한 순위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크루제이루를 선두로 코린치안스, 상파울루FC, 스포르트 헤시피, 산토스 등이 접전을 벌인다는 것과 리그 경기에서 파생되는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월드컵에 대한 반성도 없을 수 없다. 4위라는 성적이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브라질 축구의 한 획을 그었던 주니뉴 페르남부카누는 지난 16일 'EPSN 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정체기를 겪었다. 이번 성적을 계기로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전술적인 후퇴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8강전에서 부상 당해 빠진 뒤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 부재로 울었다. 티아구 실바(파리 생제르맹), 다비드 루이스(첼시) 등 골 넣는 중앙 수비수들이 분전했지만, 그로 인해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최악의 결과를 맞고 말았다.
이를 두고 전설 호나우두는 "브라질 축구가 개인기와 기술에만 너무 치중하는 교육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계 축구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 육성과 생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대표팀의 체질 개선과 함께 월드컵 개최로 억눌렸던 브라질 민심의 폭발도 지켜봐야 한다. 브라질은 월드컵 유치 후 경기장 건설 등 기반기설 건립 비용에 110억 달러(약 12조원)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대규모의 관광객 유치 등 경제 효과를 기대하며 쏟아부은 금액이다.
하지만, 노동자들과 서민의 희생이 계속되면서 불만이 쏟아졌고 시위의 물결로 이어졌다. 비용이 예정보다 초과하자 교육, 공공 서비스 등에서 예산을 끌어썼다. 월드컵 열기에 잠시 묻히는 듯 했지만 우승 좌절로 휴전은 깨졌다. 기대했던 경제효과도 브라질의 우승 좌절로 연기처럼 사라졌고 서민층의 고통 분담은 더욱 커졌다.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을 치른 경기장은 애물단지로 남게 됐다. 상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장들은 연고지에 대형 클럽팀이 없는 경우가 많아 사후 활용이 골칫거리로 남게 됐다. 경제성장률 둔화에 인플레까지 걱정하고 있는 브라질에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물론 2016 리우 하계 올림픽을 통해 만회가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올림픽은 리우 한 도시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축구 경기장이 리우와 상파울루, 살바도르, 브라질리아, 벨로 오리존치에서 활용된다는 것을 제외하면 구장들의 사후 시설 활용도가 떨어진다.
축구장 뿐만이 아니다. 인력과 비용 부족으로 공항이나 도로 등은 확장 공사를 하다 중단하는 등 대회 기간 내내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브라질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월드컵 후광이 사라진 브라질을 바라보는 한국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혼란을 겪고 있는 대표팀의 경우 브라질이 어떻게 반성하고 회복하는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또, 상당한 부채로 남은 기반 시설 활용 문제는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도 고민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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