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덩치는 산만한데 마음은 여려요."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앞서 타격연습을 하고 있던 외국인선수 루이스 히메네스를 보며 말을 꺼냈다.
이날 덕아웃에서 화제는 항명사태로 결국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벗은 루크 스캇이었다. 김 감독이나 염경엽 넥센 감독 모두 자연스럽게 외국인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스캇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 일어난 일이니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만수 SK 감독과 현역 선수시절 오랫동안 배터리를 이뤘고 친한 친구 사이기도한 김 감독은 "이 감독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히메네스,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모두 정말 순둥이"라며 웃었다. 실력을 떠나 인성 만큼은 만점이라는 의미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세 시즌을 뛰고 있는 유먼은 친화력 만큼은 이미 리그 최고 수준이다. 선발 등판 당일 예민하긴 하지만 평소에는 장난도 많이 치고 동료들과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린다.
기발한 문구를 활용해 제작한 티셔츠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수단에 건냈다. 김 감독은 "유먼이 감독실로 찾아와 '어떤 색깔의 티셔츠가 마음에 드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유먼은 최근 '뭐라카노?'라는 한글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검은색과 흰색 두 종류다. 김 감독은 "'네가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골라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먼은 깔끔한 흰색이 마음에 든다며 김 감독에게 티셔츠를 건냈다.
또한 김 감독은 히메네스와 관련된 일화도 공개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를 치르기 위해 대구원정길에 올랐다. 히메네스는 그때 야미이코 나바로(삼성)와 만나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베네수엘라 출신 히메네스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나바로는 모두 스페인어가 모국어다.
김 감독은 이때 히메네스와 면담을 가졌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그자리에서 김 감독에게 한가지 선물을 건냈다. 김 감독은 "정성스럽게 용기에 넣은 도시락이었다"며 다시 한 번 껄껄 웃었다. 사연은 이랬다. 나바로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 도미니카식 볶음밥을 히메네스는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김 감독을 위해서 음식을 따로 준비한 것이다.
염 감독도 앤드류 벤헤켄, 헨리 소사, 비니 로티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올시즌 팀내 에이스로 자리잡은 밴헤켄은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밴헤켄도 유먼처럼 세 시즌째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염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외국인선수 영입 기준은 '인성'이다. 그는 "실력을 떠나 다른 선수들과 잘 융화할 수 있는지를 우선 살핀다"고 했다.
넥센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들은 비교적 성격이 얌전한 편이다. 염 감독은 "소사는 정말 순하다"며 "중남미 출신 선수들이 다혈질적인 기질을 많이 갖고 있는 편인데 소사는 정반대"라고 전했다.
밴헤켄과 로티노도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조용한 시골청년같다"며 "밴헤켄과 로티노는 함께 운동을 하고 있을때도 서로 별 다른 말을 안하더라. 둘다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얘기했다.
한편 김 감독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유먼, 옥스프링, 히메네스 등 세 선수와 함께 식사를 한다. 그가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외국인선수라는 생각을 버려라'다. 김 감독이 넥센 사령탑을 맡았을때도 밴해켄과 브랜든 나이트에게 그 점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아닌 다 같은 롯데 선수"라며 "세 선수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김 감독 만큼 자주 외국인선수들과 자리를 갖지 않는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즌 개막에 앞서 두 차례 정도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며 "전반기 일정이 마무리됐으니 팀 휴식일에 맞춰 가족들도 함께 불러 자리를 마련해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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