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호주 시드니에서 시즌 첫 선발등판한 류현진(27, LA 다저스)은 여전했다. 안정감 있는 투구와 날카로운 제구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담력을 한꺼번에 보여주며 올 시즌에도 여전한 활약을 예고했다. 23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 2차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지난해보다 한결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초반 부진 사라졌다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인 지난해 류현진은 유독 초반에 약했다. 1회를 어렵게 넘긴 뒤 서서히 안정감을 찾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초반 실점을 줄이는 게 숙제로 지적될 정도였다. 빅리그 2년차가 된 뒤 처음 정규시즌 경기에 나선 이날 그는 이런 모습을 깨끗이 지웠다.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1회말 4타자를 맞아 안타 1개만 허용하고 큰 어려움 없이 수비를 끝냈다. 선두 A.J 폴락과 애런 힐을 나란히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강타자 폴 골드슈미트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흔들림 없이 후속 마틴 프라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1회 호투는 이날 류현진이 5이닝 동안 순조롭게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경기 첫 이닝을 깔끔하게 넘긴 뒤 투구에 탄력을 받았고, 이후 4회 야수 실책 등으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실점을 방지할 수 있었다.
◆생소한 그라운드 문제 없었다
경기장인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는 원래 필드 전체가 잔디로 뒤덮인 크리켓 전용 구장이다. 하지만 야구 경기를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미국에서 흙을 200톤 이상 공수해 깔면서 야구장으로 급조됐다. 외관상으로는 그럴 듯한 야구장이었지만 실제 경기장 그라운드는 무척 미끄럽고 딱닥했다. 타구가 일반 야구장에서와 달리 낮고 빠르게 굴러갔고, 베이스러닝 도중 스텝이 엉기거나 미끄러지기 쉬웠다. 특히 투수의 경우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다 마지막 피니시 동작 도중 뒷발을 제대로 채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류현진은 자신의 공을 완벽하게 던졌다. 이날 5이닝 동안 류현진은 8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는데 스트라이크를 55개나 잡는 기막힌 제구력을 선보였다. 모두 19타자를 맞아 땅볼로 2명, 뜬공으로 5명을 아웃 처리했고, 볼넷은 1개만 허용했다. 4회 수비진의 잇단 실책으로 안내보내도 될 주자를 2명이나 출루시켰지만 흔들리지 않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장거리 원정과 시차, 경기장 상황에 관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년차 징크스 없다
지난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단숨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중 하나로 발돋움한 류현진은 올 시즌 한 단계 더 올라선 모습을 보여줄 각오다. 이를 위해 지난 겨울 체중을 7㎏이나 감량하는 등 올 시즌을 철저히 대비했다. 지난 2006년부터 7년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한 뒤 2012년 겨울 다저스로 이적한 그는 선수생활 내내 안정감 있고 꾸준한 투구를 선보였다. 기복이 없는 예측 가능한 모습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2년차가 됐지만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우려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이날 애리조나전 투구는 2년차 징크스는 커녕 오히려 14승8패 154K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성적이 한층 좋아질 것이란 기분 좋은 전망을 내놓아도 충분할 정도였다. 류현진의 올 시즌 출발이 무척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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