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준우승한 두산의 가장 큰 힘은 뭐니뭐니 해도 강력한 선발진이다. 우완 정통파 2명에 좌완 기교파 1명, 그리고 로테이션의 후미를 착실히 메워줄 베테랑에 무시무시한 싱커로 무장한 장신의 용병까지. 아직 시즌 개막 전이지만 9개 구단 선발 로테이션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올 시즌 두산 로테이션은 거의 확정됐다. 에이스 니퍼트를 필두로 노경은, 볼스테드, 유희관, 그리고 베테랑 이재우로 선발 5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불안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 니퍼트, 노경은, 유희관은 지난해 10승 투수이고, 볼스테드는 또 다른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셋업맨에서 선발투수로 성공적으로 전업한 이재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니퍼트는 이견이 없는 프로야구 최고 우완 투수 중 하나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와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찌르는 제구력이 여전하다. 지난해에는 등근육이 뭉치는 증상으로 시즌 중반 두 달을 결장했지만 그럼에도 12승4패 평균자책점 3.58로 제 몫을 해냈다. 무엇보다 한국무대 4년차를 맞는 만큼 풍부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점이다. 니퍼트가 몸에 큰 이상 없이 180이닝 이상을 소화해준다면 두산으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어느덧 토종 우완 가운데 정상급 반열에 오른 노경은은 이제 관록마저 쌓인 느낌이다. 힘으로 윽박지르기만 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타자와의 수싸움도 즐길 작정이다. 최근 2년간 합계 22승16패 탈삼진 286개를 기록하면서 한국 최고의 오른손 투수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다. 선발투수로서 완전히 제 궤도에 오른 그는 올 시즌 기복 없는 꾸준한 투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잘 나가다가 갑자기 리듬이 끊겨 애를 먹은 적이 있던 그다. 이제는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투구로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유희관은 가장 큰 강점인 제구력이 여전해 올 시즌에도 팀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투수는 '스피드가 아닌 타이밍과 제구'라는 격언을 현실에서 입증한 그는 마운드에서 좀처럼 떨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다. 지난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에서도 5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지난해의 모습을 재현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이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투수"라고 믿음을 나타낼 정도다.
지난해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30경기(66.2이닝)에 나선 이재우는 이제 붙박이 선발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지난 시즌 5승2패 평균자책점 4.73을 거둔 그는 무엇보다 지난해 10월28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이닝 8탈삼진 2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개인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이 투구 하나로 자신감을 완벽하게 얻은 그는 투수로서 또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관건은 부상 재발 방지다. 2차례 수술 받은 팔꿈치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닝수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
두산 선발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207㎝의 '골리앗' 볼스테드다. 빅리그 통산 35승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 11일 롯데를 상대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한 뒤 16일 광주 KIA전에선 5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큰 키에서 떨어지는 싱커가 무척 위력적이며 우려됐던 제구도 일단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생소한 한국무대이지만 큰 기복 없이 풀시즌을 소화해준다면 두산은 천군만만를 확보하게 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건 아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두산 선발진도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니퍼트와 이재우의 몸상태, 노경은의 안정감, 유희관의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 탈피 여부, 볼스테드의 한국 마운드 적응력 등은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와 이닝 소화 능력, 경기 지배력 등을 종합할 때 9개 구단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꼽히기에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두산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4.34로 7위. 선발진 기록도 4.79로 역시 7위였다. 하지만 니퍼트, 노경은, 유희관, 이재우 4명의 성적만 따로 뽑으면 평균자책점 3.81로 수치가 크게 좋아진다.
지난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NC(3.55) LG(3.91) 롯데(3.93) 3팀 뿐이었다. 기존 선발진들이 지난해 활약을 이어주고, 볼스테드가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산 선발진은 올 시즌에도 팀의 주춧돌로 든든히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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