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최근 2년간 두산 베어스는 불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탄탄한 선발진에 비해 들쭉날쭉한 불펜은 큰 두통거리였다. 이 가운데 마무리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다. 클로저로 낙점된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경기 후반이 불안해지기 일쑤였다.
2012년 스캇 프록터, 지난해 홍상삼 카드를 내세웠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해봤지만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자 지난 겨울 새로 취임한 송일수 감독은 '구관'을 선택했다. 지난 2009∼2010년 합계 51세이브를 거둔 이용찬을 일찌감치 올 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낙점했다. 지난해 2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진해온 이용찬이 완벽한 몸상태를 되찾았다는 판단에서다.
이용찬은 송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본격적인 시험 무대인 지난 8일 목동 넥센 시범경기 8회말 등판해 1이닝을 안타 없이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문우람, 이성열, 서동욱을 맞아 직구 최고 구속 149㎞의 강속구를 거침 없이 뿌렸다. 아직 쌀쌀한 3월 초반이지만 이 정도 구위라면 전업 마무리로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다. 우려했던 통증도 없었다. 이제 한 경기를 던졌을 뿐이지만 두산의 마무리 걱정을 덜어절 적임자가 마침내 나타났다는 다소 이른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가장 크게 만족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송 감독이다. 그는 "이용찬은 개막 때부터 마무리로 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시범경기에서 연투시키면서 마무리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구속보다는 타자가 이용찬의 볼을 얼마나 빠르게 느끼느냐, 볼 끝이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며 "시즌 30세이브만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이용찬도 고무적이긴 마찬가지. 선발보다는 매 경기 대기하면서 경기를 스스로 끝내는 마무리가 적성에 맞다는 그는 "사실 팔꿈치 상태가 우려됐지만 문제는 전혀 없다"며 "개막 전까지는 시간이 충분한 만큼 등판 횟수를 늘리면서 천천히 준비해나가겠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2010년 47경기서 2승1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한 뒤 그는 팀 사정상 선발투수로 변신했다. 이듬해 28경기서 6승10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한 뒤 2012년 10승11패 3.00으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오른손 선발 요원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난해 뜻밖의 수술과 재활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고, 올 시즌 또 다시 팀 사정에 따라 마무리로 원위치한 것이다. 3년간의 외도를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이용찬은 "지난 해는 여러모로 힘들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통증에서 해방됐다. 공도 마음 먹은대로 들어간다. 올해에는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돌아온 이용찬이 '구관이 명관'이라는 격언을 마운드에서 입증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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