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한화 이글스가 재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운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선발진을 재건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해 한화는 5.31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최하위를 기록했다. 물론 팀 타율 8위(0.259)의 방망이도 문제였지만 마운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프로야구 사상 첫 9위라는 불명예를 얻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마운드 중에서도 선발진은 5.76의 평균자책점에 24승밖에 수확하지 못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한화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8위 KIA(5.00)와도 큰 차이를 보이며 최하위 9위에 랭크됐다. 류현진(메이저리그 진출), 양훈(군입대), 박찬호(은퇴) 등 3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결과였다.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림잡아 예상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 두 명에 조지훈(20), 유창식(22), 이태양(24), 송창현(25), 안영명(30) 등을 후보로 꼽을 수 있다. 한 가지 특징은 안영명을 제외한 선발 후보들이 하나같이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외국인 투수도 20대다. 이미 계약을 끝마치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있는 케일럽 클레이(26)는 물론, 외신 보도를 통해 유력한 영입 후보로 밝혀진 앤드류 앨버스(29)도 아직 20대의 팔팔한 나이다. 이는 아직 한창 메이저리그에 도전해야 할 젊은 나이의 선수들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들 젊은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부족하나마 공백을 메울 확실한 후보들이 있었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에 김혁민, 유창식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 후보로 낙점됐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제외하고는 남은 세 자리의 주인공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해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김혁민은 불펜 전환이 유력하고,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던 유창식은 다시 백지상태에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 틈을 타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송창현이 치고들어왔다. 조지훈과 이태양 역시 지난해 선발 수업을 받으며 기량을 향상시켰다. 2009년 풀타임 선발로서 11승을 따냈던 안영명도 복귀한다.
젊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패기 넘치는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젊은 선수들끼리 벌이는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고,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요소다.
젊은 선발 후보들이 한 단계 성장해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는 것은 한화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상적인 일이다. 그동안 한화는 류현진 이외에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준 투수들이 부족했다.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 주축 투수들이 은퇴한 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올 시즌에는 기대를 모으는 젊은 투수들이 치열한 경쟁에 내던져졌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투수들 가운데 30대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베테랑 선수들 가운데 특별히 쓸 만한 자원이 없기도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 마운드를 재건하겠다는 김응용 감독의 의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화에게 있어 젊은 원석들의 경쟁은 희망임과 동시에 보석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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