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우완 투수 윤석주(24)는 2009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SK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4년 동안 1군 무대에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상무와 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이제 윤석주는 2014시즌 1군 도약을 노린다.
이만수 감독도 윤석주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이 감독은 "미국에서 봤는데 드롭성 커브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윤석주를 미래 선발감으로 보고 있다. 제구만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 위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대신 타자의 흐름을 끊는, 지저분한 볼끝의 변화구가 강점으로 꼽힌다. 윤석주는 "불리할 때 변화구를 던져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신감은 성적에서 비롯된다. 윤석주는 상무 시절이던 2011년 18경기에 출전해 90이닝을 소화하며 10승 3패 58탈삼진 평균자책점 2.60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듬해는 11경기서 승리 없이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3으로 주저앉았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이유는 윤석주의 '선택' 때문이었다. "두 번째 해에 코치님과 상의를 하고 중간으로 뛰었다. 학창시절에 그랬듯 상무에서도 선발로 활약했는데, 생각해보니 SK 선발진이 너무 강하더라. '제대 후 내 자리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내가 살 방법은 중간투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보직을 바꿨었다. 패전 처리라도, 기회만 잡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동안 익숙했던 선발투수의 로테이션에서 벗어나 매일 대기해야 하는 불펜투수의 고충도 알게 됐다. 윤석주는 "상무에서 값진 경험을 한 셈이다. 볼넷을 줄이고 제구력을 다듬은 것도 큰 수확이었다"고 돌아봤다.
제대 후 지난해 2군에서는 5경기 등판해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1군 데뷔를 앞두고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였지만 부상 때문에 다시 주춤했다. 한창 경기에 출전하던 8월 말에 어깨 근육이 올라와 더는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그래도 기회는 계속됐다. 윤석주는 2013시즌 후 엄정욱, 이명기 등과 함께 괌 재활캠프에 합류했다. 그리고 SK의 이번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포함됐다. 윤석주는 "현재 몸 상태는 아주 좋다. 모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어깨 통증도 전혀 없다. 오히려 괌에서 피칭을 소화하고 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페이스가 빠르다"라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코치진의 윤석주에 대한 기대도 크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각이 큰 커브가 장점이다. 야구 열정도 강하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끝나 올해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태 재활코치 역시 "투구 폼이 역동적이다. 커브와 슬라이더가 굉장히 좋다. 괌에서 정상적인 피칭을 모두 소화한 게 기대되는 대목이다. 많은 코치가 올 시즌 유망주로 꼽은 선수다. 올해는 1군에서 가능성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코치진은 181㎝·72㎏의 왜소한 체격을 가장 먼저 꼽았다. 김경태 코치는 "괌에서 체중 증가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은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하체가 두꺼워졌다. 전에 입었던 유니폼이 타이트할 정도"라면서 반가워했다.
윤석주도 "몸이 불어나면서 중심이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 괌에서 볼에 힘이 많이 실린다는 칭찬도 들었다"며 기뻐했다.
우선적인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윤석주는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4년은 1군에서 시작하고 싶다. 더 큰 목표를 잡는다면, 선발로 풀타임을 뛰고 5승을 올리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부상만 없다면 기회는 언제든 잡을 수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SK 마운드의 '미래'가 알차게 영글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