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강한 어깨, 안정적인 수비력, 빠른 발, 정확한 타격, 호쾌한 장타력'
야구의 5박자를 갖추는 것은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이다. 재능이 많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지만 야구선수는 다재다능할수록 높이 쳐준다. 두산 박건우(24)는 모든 감독들이 탐낼 만한 '팔방미인'이다. 공수주에서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잘 하니 가는 곳마다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엄하기로 유명한 송일수 두산 신임 감독이 올 시즌 기대하는 선수로 서슴없이 꼽을 정도다.
◆무주공산 두산 중견수 후보
확실히 박건우는 야구를 잘한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09년 2차 2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일찌감치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진가를 보여줬다. 42경기서 타율 3할4푼3리(105타수 36안타) 5홈런 20타점 도루 5개로 자신의 여러 재능을 유감없이 뽐냈다. 1군 34경기에서도 타율 2할7푼1리 1홈런 7타점 2도루로 소금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렇지만 박건우는 만족하지 못했다. "1군과 2군을 자주 오갔기에 오히려 정신이 없었던 측면도 있었다. 올해에는 1군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꾸준히 출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박건우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주 포지션인 중견수 자리가 현재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 붙박이 중견수였던 베테랑 이종욱(NC)이 FA로 이적하면서 박건우와 정수빈이 그 자리를 맡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송 감독은 "이번 겨울 팀을 떠난 선수들의 공백이 1천타석 정도 된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를 박건우와 고영민이 메워줬으면 한다. 나머지 500타석은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에게 기대한다"고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박건우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주위에선 '유망주'라고 하지만 사실 유망주란 건 '밑바닥'이란 의미나 마찬가지예요.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말이지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죠. 더 추락할 곳도 없는 게 현재의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부담이란 게 오히려 '사치'로 느껴질 뿐이죠."
새로운 시즌을 앞둔 그의 생각은 어떨까. "오히려 자신감이 생겨요. 열심히만 하면 나도 조금씩 자리를 굳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올해에는 정말 모든 걸 걸고 해볼 생각이에요."
◆강남스타일? 박건우 스타일!
박건우는 구김살이 없다. 야구계에서 몇 안되는 '강남파' 중 하나다.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서울 강남에서만 다녔다. 팀 동료 임태훈이 역삼초-이수중-서울고 2년 직속 선배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 속에 별 어려움 없이 야구를 해왔다. "글러브 등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반드시 장만해주셨다. 어렵게 운동한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점에서 나는 행운아"라며 고마워했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두산 야수진의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캠프는 벌써부터 '지옥훈련'이 예고되고 있다. 송 감독은 "현재 확실한 주전은 김현수 뿐이다. 나머지는 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걸러낼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박건우는 그러나 두려울 게 없다. "지난해 2군에서도 1년 내내 강훈을 반복했다. 송 감독님은 평소와 달리 운동장에선 카리스마가 남다르신 분"이라며 "캠프 두 달 동안 모든 걸 토해낼 계획이다. 지난 시즌에는 다소 자신 없는 모습도 경기 도중 나왔었는데, 올해에는 그런 부분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확실한 준비로 감독님의 기대에 꼭 부응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건우의 롤모델은 팀 선배 김현수다. "현수 형은 선배들에게 깍듯하면서 후배들에겐 엄하다. 타격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운동장 안팎에서 주어진 몫 이상을 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4년 시즌을 향한 박건우의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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