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 '핫코너'의 터줏대감 정성훈(34)이 1루수 겸업을 준비한다.
정성훈은 1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작되는 팀 스프링캠프에서 1루수 훈련을 받기로 했다. 정성훈은 프로 데뷔 후 줄곧 3루수로만 뛰어온 선수. 언제든 3할을 칠 수 있는 타격 능력과 안정적인 3루 수비가 정성훈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런 정성훈이 자신의 포지션인 3루 대신 1루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LG가 3루가 주 포지션인 외국인 타자 조쉬 벨을 새롭게 영입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벨에게 3루를 맡길 구상과 함께 정성훈의 1루 전향을 고려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정성훈은 1루수 변신이라는 도전에 나선다.
정성훈에게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자신의 포지션이 변경되는 것을 반길 선수는 없다. 베테랑 선수 중에는 포지션 변경을 두고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성훈은 거꾸로 '베테랑'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변화를 받아들였다.
정성훈은 "이번 캠프부터 1루 훈련을 받게 됐다. 감독님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고, 수비코치님과 (포지션 변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도 떨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1루수 전향은 나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다"라고 포지션 변경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어 정성훈은 "내가 슈퍼스타도 아니고,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니다. 감독님의 생각에 따르는 것이 맞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뒤 "나 또한 포지션을 바꿔서 한 경기라도 더 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훈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다. 익숙한 3루 대신 생소한 1루에 적응을 해야 한다. 타구를 잡아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1루에서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동료들의 송구를 잡아내야 한다. 날카로운 스윙의 좌타자, 강하게 밀어칠 수 있는 우타자들이 늘어나면서 1루 역시 3루 못지않게 강한 타구가 많이 날아드는 곳이다.
정성훈은 "나한테 익숙해서가 아니라 나는 3루가 가장 쉬운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공만 잡아서 송구만 하면 된다"며 "그런데 1루는 타구도 처리해야 하고 송구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다. 강습타구가 적은 것도 아니다"라고 3루에 비해 1루가 수비 부담이 덜하다는 일반적인 의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통 1루에는 공격력이 좋은 선수가 배치된다는 점 또한 정성훈의 포지션 변경의 한 이유로 작용했다. 최근 LG의 고민은 비교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1루수에 있었다. 때문에 외국인 타자로 거포형 1루수를 영입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많았다. 그러나 LG의 선택은 3루수 요원 벨이었고,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유한 정성훈이 대신 1루로 이동하게 됐다.
물론 정성훈이 3루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움직임이 무뎌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성훈은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 능력을 갖춘 3루수다. 만약 벨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다면 3루는 다시 정성훈의 차지가 될 수밖에 없다. 벨은 1루 수비도 가능하다. 정성훈 3루수-벨 1루수도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정성훈의 1루수 겸업은 선수 활용폭을 넓히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인 정성훈이 올 시즌 어느 위치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쳐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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