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외국인 타자는 조쉬 벨(28)로 결정됐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변변치 않아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진 못하지만 갖고 있는 잠재력은 풍부한 선수다.
벨의 영입에 따라 LG 내야에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벨은 전문 3루수 요원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수비에 나선 87경기 중 3루수로 출전한 것이 83경기다. 마이너리그에서는 606경기 중 583경기를 3루수로 뛰었다.
LG는 벨을 3루수 또는 1루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3루 전문 선수지만 1루 수비도 가능하다는 것이 LG의 판단이다. 실제로 벨은 최근 몇 년 사이 1루수로 출전하는 경기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벨의 가장 익숙한 포지션은 3루다.
LG의 3루에는 터줏대감 정성훈(34)이 버티고 있다. 벨과 포지션이 겹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한 명은 자리를 옮겨야 한다. 정성훈과 벨, 두 선수가 번갈아 출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정성훈이 있는 3루와는 달리 LG의 1루는 다소 빈약한 느낌이다. 지난해 김용의와 문선재가 선전했지만 거포에게 어울리는 1루를 맡기기에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LG가 외국인 선수로 1루수 요원을 뽑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일단은 벨이 도전자 입장이다. 최근 하락세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정성훈은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 겸장 3루수다. 벨이 공수에서 정성훈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3루는 그대로 정성훈의 자리가 될 것이다. 이 경우 벨은 1루를 맡아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벨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뛰어난 수비와 방망이 실력을 보여준다면 LG 코칭스태프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때는 조심스럽게 정성훈의 1루 전향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정성훈에게 수비 부담을 줄여주고 방망이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
김용의, 문선재는 벨의 영입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김용의의 경우 1,3루를 모두 커버하는 선수로 벨과 포지션이 정확히 겹친다. 문선재 역시 지난해 1루를 맡았다. 따라서 두 선수는 2루를 맡을 가능성이 지난해에 비해 높아진 상태다. 이는 곧 2루수 요원 손주인, 박경수와의 경쟁에도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는다. 벨의 영입이 LG 내야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정성훈과 벨의 포지션 정리가 끝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훈은 고액 연봉자이자 베테랑이고, 벨은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외국인 선수다. 둘 모두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 선수 모두 어느 포지션을 맡든, 제 몫을 해주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을 통해 내야진을 교통정리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는 젊은 내야수들에게 외야도 병행하게 해 외야진의 노쇠화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사령탑에게 야수진의 재편이라는 큰 틀 속에서 벨과 정성훈을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지 풀어야 할 일차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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