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최종 리허설까지 모두 끝났다.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일만 남았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로서의 아름다운 여정을 마무리한다. 4년 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을 받으며 한국 피겨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연아는 목표의식 상실 우려를 불식시키며 꿈만 같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5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얼름마루 빙상장에서 끝난 '제6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4)'에서 김연아는 227.86점(쇼트프로그램 80.60점, 프리스케이팅 147.26점)의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기록하며 마지막 리허설을 마쳤다.
은퇴 고민하다 극적으로 빙판 컴백, 올림픽 2연패에 도전!
김연아는 한국 여자 피겨의 독보적인 존재다. 김연아가 가는 길이 곧 최초였고 새 역사였다. 2006년 시니어 데뷔 후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특히 밴쿠버 올림픽 전이었던 2009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 싱글 최초로 200점을 넘겨 207.71점을 기록하며 미지의 세계를 개척했다.
올림픽 재도전도 극적이었다. 밴쿠버에서 역대 최고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김연아는 한동안 목표상실로 애를 먹었다. 스포츠 행정가를 꿈꿨지만 소치에서의 금메달로 세계 피겨사를 새로 쓰기를 바라는 팬들의 염원은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번졌다.
침묵은 길어졌다. 2011년 4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대회에 나서지 않으면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연아는 2012년 여름, 소치 올림픽을 목표로 현역 연장을 선언했다. 그 해 12월 NRW 트로피에서 201.61점으로 돌아온 뒤 지난해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218.31점을 받으며 우승을 차지,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후 김연아는 차근차근 올림픽을 향해 나아갔다. 오른쪽 중족골 부상(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으로 이번 시즌 예정했던 그랑프리 시리즈에 나서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204.49점으로 우승하며 실전 공백이 무색함을 확인시켜줬다. 특히 NRW를 시작으로 다섯 대회 연속 200점대를 기록하는 꾸준함을 과시중이다.
김연아의 강점은 높은 점프와 비거리다. '점프의 교과서'란 수식어를 독보적으로 달고 있을 수 있는 이유다. 또, 모든 피겨 전문가들이 칭찬하는 최상의 표현력까지 갖추고 있다. 스텝과 스핀은 환상에 가깝다. 모든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며 놀라게 만드는 능력에서도 알 수 있듯 나이가 들었어도 올림픽에서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만약 김연아가 소치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2연패를 해내면 소냐 헤니(노르웨이), 카타리나 비트(독일)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여자 싱글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에서의 비트 이후 26년 만의 올림픽 2연패 도전이다.
남은 기간 체력만 끌어올리면 '완벽한 완성도'
김연아의 금메달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확인했듯 쇼트프로그램은 완벽한 클린 연기로 강점을 보여줬다. 문제는 4분10초의 롱프로그램인 프리스케이팅이다. 예술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술 구사를 매끄럽게 이어갈 체력이 문제다.
체력 소모가 심한 점프 사이에 스텝과 스핀이 끼어있다. 이전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쉬어갈 틈이 거의 없다. 활주를 하면서도 다음 점프를 위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체력을 안배할 여유가 없다. 트리플 러츠를 뛴 뒤 이어지는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악셀의 축이 흔들리자 함께 구성했던 나머지 점프가 영향을 받았다. 더블 루프를 뛰지도 못했다.
이후 스핀의 속도가 떨어졌고 더블 악셀 단독 점프를 1회전 처리하는 구성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실수가 연기 후반부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체력 보강이 필요함을 확인한 셈이다. 기본 체력은 완성되어 있는 만큼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프로그램 구성을 화려하게 한, 김연아만이 겪어야 하는 문제다.
김연아는 실전을 준비하던 지난해 9월 오른발 중족골 부상을 당했다. 재활과 훈련을 동시에 하다보니 체력이 완벽하지 않았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12월 80%의 몸상태로 자그레브 대회에 나선 뒤 1월 종합선수권으로 최종 단계를 밟았다. 컨디션이 100%가 아닌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두 대회를 살펴본 SBS 방상아 해설위원도 김연아의 체력 문제를 걱정했다. 방 위원은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아졌다. 프로그램 난이도가 높고 쉴 수 있는 부분도 전혀 없다. 동작 하나하나가 체력을 요구한다. 체력 안배를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분석했다.
쇼트프로그램보다 프리스케이팅이 관건이라는 방 위원은 "프리 초반은 스스로도 집중력이 좋아서 편하게 흘러갔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상당히 어려워졌다. 3개의 연결 점프에서 더블 악셀의 축이 기울어지면서 전체를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후반부에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체력 소모가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골든 스핀 때보다 체력이 올라가고는 있지만 최소한 이번달 말은 되어야 본인이 생각하는 최상의 상태까지 올라갈 수 있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분명한 것은 조금 더 체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김연아 스스로도 완벽하게 연기를 보여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조금 더 하면 완벽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소치 올림픽을 맞는 김연아의 자세는 "부담없이 즐기자"다. 4년 전 밴쿠버에서 이미 금메달을 목에 건 그에게 소치는 보너스나 다름없는 대회다. 밴쿠버 때와 마찬가지로 라이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차분하게 프로그램 완성도에만 집중하면 '아름다운 퇴임'을 하면서 '올림픽의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된다. 김연아의 퇴임식은 2월 20~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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