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미친 왼발' 이상협(27, 상주 상무)이 오른발로 일을 저질렀다.
이상협은 4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반 29분 오른발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왼발잡이 이상협의 오른발 골은 강원의 허를 찔렀다. 당초 이상협은 대기 명단에 있었다. 상주 상무 박항서 감독은 "이상협은 이승현 등 빠른 선수가 옆에 있을 때 더 좋다"라며 후반 교체 카드로 내세울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그를 일찍 그라운드로 호출했다. 전반 9분 원톱 하태균이 볼 경합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오른팔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하태균은 곧바로 응급차에 실려 상주 시내 병원으로 향했다. 박항서 감독이 하태균이 쓰러져 있던 골대까지 뛰어가서 살폈을 정도다.
고민하던 박 감독은 지체없이 이상협을 내세웠다. 이상협은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대전 시티즌을 거친 공격수다. 왼발을 잘 사용해 묵직한 골을 잘 넣어 '미친 왼발'로 불린다.
그런데 이날은 오른발로 골을 터뜨렸다. 아크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를 속인 뒤 빠른 판단력으로 오른발 슈팅을 해 골망을 갈랐다. 강원 골키퍼 김근배는 당황했고 몸을 날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상협은 지난해까지 총 22골을 넣었다. 이중 네 골을 오른발로 넣었는데 공교롭게도 3승1무로 무패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날 골을 포함해 16골 중 4골을 오른발로 터뜨렸다. 올해 역시 4승으로 무패다.
경기를 관전한 예비역들은 깜짝 놀랐다. 이날 상주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예비역 병장' 김형일(포항 스틸러스)는 "예상 밖이었다. 정말 놀랐다"라고 말했다. 김형일은 지난달 상주에서 전역했다, 이상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오른발 골이 신기했다.
이상협의 선제골로 상주는 클래식 승격에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이상협은 후반 44분에는 오른발로 추가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해 아시아 축구연맹(AFC)이 요구하는 클럽 라이선스 조건에 맞지 않아 강제 강등됐던 아픔을 지우는 시원한 두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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