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현역 시절과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첫 K리그 우승과 함께 '더블(정규리그, FA컵 우승)'까지 이뤄낸 '황새' 황선홍(45) 포항 감독은 2일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황 감독은 2일 오전 두 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복귀했다. 포항으로 내려온 아내 정지원 씨를 비롯해 코칭스태프 가족과 조촐하게 자체 우승 행사를 하느라 늦은 것이다. 족발에 소주 한 잔을 걸치며 한 시즌의 고생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시즌이 끝났는데도 모처럼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오전부터 밀려오는 축하 인사에 조기 기상을 했다. 포항 시내에서 일부 취재진이 요청한 인터뷰를 소화한 뒤 곧바로 경주의 현대호텔로 이동해 구단 납회식에 참석했다.
납회식에는 장성환 사장과 선수 대표로 주장 황지수와 울산 현대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원일이 함께했다. 포항이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한 경사스러운 일로 행사차 경주를 내려왔던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직접 참석해 축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출신 감독으로 성공담을 쓴 황 감독에 대한 관심은 폭발했다. 밀려오는 각종 인터뷰 요청을 조율하느라 구단 홍보 담당자가 애를 먹었을 정도다. 홍보 담장자의 핸드폰에는 두 시간 동안 40여통의 전화가 쏟아졌다. 방송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의 섭외 전화가 줄을 이었고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의 섭외 전화도 쏟아졌다. 방송 외에 패션 잡지 등에서도 황 감독과 화보 촬영 겸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황 감독의 방송 인터뷰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도하의 기적과 2002 한일월드컵 4강보다 더 감동적이었다"라는 말만 '오늘의 말' 등으로 포장되어 나갔을 뿐이다.
이유가 있었다. 말수가 많지 않은 황 감독이 가볍게 포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황 감독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같은 말을 계속하면 제대로 된 인터뷰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무래도 우승 감독으로서의 인터뷰는 비슷한 내용의 말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황 감독이 인터뷰를 많이 사양한 것이다. 신중한 성격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황 감독의 오른팔인 강철 코치는 "코칭스태프 가족과 조촐하게 한 잔 하고 복귀한 시간이 새벽 2시 정도였다. 쪽잠을 자고 바로 짐을 싸서 일정을 소화하러 나가셨다. 시즌 내내 경기 준비 때문에 평균 4시간 이상을 잠들지 못했는데 우승하니 피곤이 더 쌓이셔서 안타깝다. 나만 해도 주변에서 언제 한 턱 쏘냐고 계속 전화가 오는데 감독님께서는 오죽하시겠느냐"라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앞으로도 황 감독의 일정은 빡빡하다. 3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해야 하고 축구계 선배들에게도 인사를 해야 한다. 4일에는 선수단 전체회식을 한다. 그 이후에야 조금 여유를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드래프트 등 과제는 여전히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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