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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 인터뷰]스타에서 명장으로, 황선홍 감독①-"명장이라니, 아직 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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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2년 연속 우승 성과, "K리그나 ACL 우승해야죠" 더 큰 욕심

[이성필기자] 한국 프로축구의 감독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하다보니 조금이라도 기대치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면 가차없이 내친다.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K리그에 스플릿 시스템과 승강제가 도입된 뒤에는 더 살벌해졌다. 한 번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 찍히면 재선임 되기도 어렵다. 성공과 실패 경력을 모두 안고 현장에서 경륜을 발휘하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다른 종목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처럼 냉정한 축구계에서 프로팀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선수 때 건강하던 사람도 지도자로 입문한 뒤에는 엄습해오는 스트레스에 머리가 빠지고 위장병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기도 한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정상을 경험했던 울산 현대 김호곤(62) 감독은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대상포진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황새' 황선홍(45) 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감독 입문 당시였던 2008년과 비교하면 우선 머리숱이 많이 줄었다. 피부도 많이 거칠어졌다. 티는 내지 않고 있지만 주름도 더 많아졌고 다크서클도 짙어졌다. 마음 고생하는 티가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도 많다. 어떻게 하면 팀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골몰하다보니 지인들을 만날 시간도 부족하다. 수면 시간도 많이 줄었다. 황 감독의 오른팔 격인 강철 수석코치는 "전북 현대와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는 열흘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 11시에 잠들어도 새벽 1시 넘어서는 깨어 있으시더라. 그 정도로 FA컵 우승에 대해 집착하며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밤잠 설치며 축구 고민에 골몰, 살얼음판 위 걷는 심정

그런 황 감독의 남모르는 고민과 노력은 FA컵 2년 연속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내년 ACL 출전권까지 덤으로 받으면서 정규리그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다. 그렇다고 정규리그를 대충 치를 수도 없는 일. 지도자 입문 후 아직 해내지 못한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계속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창간 9주년을 맞은 조이뉴스24는 지난 1일 포항 송라면의 클럽하우스에서 바쁜 황 감독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를 치러 2-1로 이긴 뒤 곧바로 이번달 3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을 준비하느라 팀 훈련에 집중해야 했지만 그래도 잠시 여유를 찾고 싶었는지 흔쾌히 조이뉴스24와 만나 잠시 긴장을 잊고 수다를 떨었다.

매일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황 감독은 새벽에 일찍 기상해 산책으로 마음을 달랜다. "1980~1990년대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스려요. 잠을 제대로 못자니 노래라도 들어야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잠을 더 못자요." 황 감독이 털어놓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포항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로만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경기의 부진으로 모기업 포스코의 경영에 위기가 온 여파가 포항 축구단도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팀 살림살이를 줄이고 또 줄여야 했고 이는 황 감독의 시즌 전략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외국인과 대형선수 영입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이런 포항을 향해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놀랍게도 FA컵 우승과 정규리그 선두권 경쟁이다.

황 감독은 "감독으로 버틴다는 것이 참 많이 힘들다. 스플릿과 승강제를 한 뒤 더 그렇다. 나 역시 최근 2015년까지 재계약을 했지만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늘 부족하다고 느끼니 축구에 대한 생각만 할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되는 신세이지 않느냐"라며 감독으로 산다는 것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버티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 큰 것을 요구받게 마련이다.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가 벌써부터 크다. 황 감독도 "나나 구단 역시 그런 부분이 고민이다. FA컵 우승은 선수들의 연봉 인상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늘 어렵다. 방심을 하면 팀은 한 순간에 무너지더라. 포항이 늘 좋은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내년에는 더 잘하겠지'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풀리지 않는 숙제다"라며 치열한 고민을 꺼내 놓았다.

"명장이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황 감독은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펑펑 울었다. 부산 감독 시절 리그컵과 FA컵 결승에 올랐지만 두 번 모두 포항과 수원 삼성에 우승컵을 내줬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벽을 넘은 뒤 감독으로 처음 정상을 맛본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올해 FA컵에서 또 우승한 뒤에는 여유 있게 웃었다. 우승 맛을 본 뒤라 약간의 여유를 찾은 것이다.

2년 연속 FA컵 우승을 해내자 일부에서는 황선홍 감독에게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황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그런 평가는 좀 아닌 것 같다. 물론 주변에서 나에 대한 평가를 하겠지만 좀 더 큰 성과물을 가져오고 위기를 극복하는 등의 능력을 보여줘야 명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프로 지도자 입문 후 아직까지 정규리그와 ACL 우승이 없는 황 감독은 두 대회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2011, 2012년 포항은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다. 반면 ACL에서는 2012, 2013년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당연히 두 대회 우승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그는 "(FA컵 두 번 우승했다고) 명장이라는 소리는 좀 그렇다. 포항을 좀 더 이끌고 더 좋은 결과물을 낸 뒤에야 명장 근처에 갈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어 "중국, 중동 등에서 ACL 우승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하면서 우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주변의 변화들을 잘 이겨내야 된다"라며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등 세계와의 경쟁을 위해 팀을 더 잘 만들어 성과를 낸 뒤에 명장으로 평가 받아도 늦지 않다고 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결과론이지 않느냐. 결과가 좋아야 성공으로 평가 받는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건에 충실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와야 (성공으로) 인정받는다. 우승했으니 성공했다고,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래를 차근차근 생각하며 접근해야지 단기간에 무엇인가를 얻어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욕심은 아니다.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라고 과정에 충실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당연히 치열한 내부 경쟁은 팀과 황 감독 모두가 성공으로 가는 핵심이다. 그는 "포항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가지면서 성적을 내야 한다. 성적에만 집중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 내려고 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내적으로 강해져야 더 큰 무대에 도전할 수 있다"라며 자신을 뜬구름 위로 올려놓는 것을 경계했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포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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