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약점으로 꼽히던 두산 베어스의 불펜이 무시할 수 없는 안정감을 갖추게 됐다. 4차전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던 '깜짝 카드' 더스틴 니퍼트(32)의 불펜 등판이 5차전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12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1로 앞서던 8회초,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를 등판시켰다. 5차전 선발이 예상됐던 니퍼트는 깜짝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두산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은 4차전 승리와 함께 2연승으로 2승2패의 균형을 맞추게 됐다.
니퍼트의 등판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4차전을 앞두고 두산 김진욱 감독이 니퍼트의 불펜 대기는 없을 것이라 못을 박았기 때문. 그러나 니퍼트가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하기 위해 등판을 자청하면서 김진욱 감독의 발언은 뒤집히고 말았다.
4차전 종료 후 김 감독은 "니퍼트를 안 쓰고 이기고 싶었다"며 "5차전에 니퍼트를 선발 등판시키려고 했지만, 니퍼트가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해 불펜 피칭을 대신해 무조건 던지겠다고 했다.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5차전에도 니퍼트의 불펜 등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결정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 그러나 상황을 놓고 보면 5차전 역시 니퍼트가 불펜 대기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5차전의 중요성 때문이다. 두산이 1,2차전 패배 후 계속돼왔던 '지면 탈락'인 상황이 5차전이라고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려야 한다. 4차전에 등판했던 니퍼트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벌써부터 LG와의 플레이오프에 나설 선발 투수를 고민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5차전 선발로 예고돼 있는 유희관이 호투를 펼치며 타선까지 폭발해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된다면 굳이 니퍼트를 등판시킬 이유는 없다. 그 때는 비로소 플레이오프를 고민할 여유를 갖게 되는 것. 하지만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4차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니퍼트가 충분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크게 무리한 등판도 아니다. 12일 4차전 등판은 선발 등판을 앞두고 갖는 불펜 피칭을 대신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선발 투수들은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소화한다. 따라서 13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4일 5차전에 등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패턴으로 볼 수 있다.
4차전에서 위력을 발휘한 니퍼트가 5차전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넥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두산에게는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생긴 셈. 니퍼트가 아니어도 두산의 불펜은 변진수, 윤명준, 오현택이 3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안정감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 불을 끌 수 있는 니퍼트까지 가세한 것이다.
두산에게는 니퍼트가 등판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오히려 낮다. 1~4차전까지 매번 1점 차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두산과 넥센이다. 니퍼트의 등판 시기가 언제일지를 지켜보는 것이 최종 5차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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