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2승 2패. 벼랑 끝까지 함께 왔다. 넥센과 두산이 맞붙은 준플레이오프가 4차전까지 균형을 이룬 가운데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됐다.
2연승 후 2연패를 당한 넥센.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활약이 절실하다.
이번 시리즈가 시작되며 박병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박병호의 힘을 확인한 두산은 이후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피하거나 위기 대면 그를 거르고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박병호는 "나를 거르면 더 큰 화가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병호에 이어 나서는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 등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처럼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1차전 당시 첫 타석에서 박병호의 매운맛을 본 두산은 두 번째 타석이던 3회말 2사 2, 3루에서는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르며 만루 작전을 펼쳤다. 그리고 다음타자 강정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후 두산은 박병호를 상대로 무리한 승부를 거는 대신 나쁜 볼로 유인하거나 볼넷, 또는 고의4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팀 내 가장 많은 4볼넷을 얻었다. 사구도 하나 있어 출루율은 3할6푼8리를 기록했지만 안타는 1차전 홈런 이후 줄곧 침묵하다 4차전서 2루타를 하나 보탠 것이 전부였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 박병호의 타율은 1할4푼3리(14타수 2안타)에 그쳤다.
물론 '박병호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박병호와의 상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긴장해 두산이 스스로 무너지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심지어는 구원투수 홍상삼의 경우 고의4구로 거르는 과정에서 폭투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병호가 타석에서 조바심을 내고, 후속타가 제대로 터지지 않으면서 분위기는 점점 두산 쪽으로 흘렀다. 3, 4차전을 이기면서 두산은 이제 박병호와 맞대결에서도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다.
넥센으로선 강정호의 부진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1차전과 2차전에서 4번 박병호에 이어 5번 타자로 기용된 강정호는 두 경기에서 9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3차전부터 김민성에게 5번 자리를 내주고 6번으로 조정됐으나 역시 만족스러운 성과는 없었다. 강정호는 3, 4차전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4경기 강정호의 타율은 17타수 1안타, 5푼9리로 참혹한 수준이었다.
넥센은 2연승 뒤 2연패를 당해 분위기 면에서 위기로 몰렸다. 3차전 패배 후 보였던 여유도 이제 찾아볼 수 없다. 5차전을 잡지 못하면 창단 후 처음 참가했던 넥센의 가을 야구는 그대로 끝난다.
마운드는 비교적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타선의 응집력은 점점 헐거워지는 모습이다. 득점권에서의 집중력 부재도 눈에 띈다. 특히 '해줘야 할' 박병호, 강정호의 활약이 넥센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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