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이정진의 상승세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더니, 안방에서는 '백년의 유산'으로 홈런을 쳤다.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마지막회 시청률 30%를 넘으며 아성 높은 KBS 주말드라마를 꺾었다. 이정진은 사랑에 빠진 다정다감한 남자로 여심을 사로잡았고. 어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다동의 한 카페에서 '백년의 유산'에서 세윤 역으로 열연을 펼친 이정진을 만났다. 정보석과 전인화 등 드라마 속 선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면모부터 드라마 막장 논란에 대해서도 '돌직구' 대답을 대놓는 솔직함까지. 드라마 속 세윤과 닮은 듯 다른 이정진이었다.
이정진은 '백년의 유산'이 30%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대해 "촬영에 임한 스태프와 배우의 좋은 기운이 작용했던 것 같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자리수 시청률이나 조기종영 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긴 시간 선후배들과 같이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 호흡들이 방송에 보여졌고 좋은 결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시청률 수치보다 일상 속에서 '백년의 유산'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정진은 "식당에 가면 아줌마들이 주방에서 나와 '먹고 싶은 거 없냐'고 한다. 작품 하면서 이런 반응은 정말 처음인 것 같다. 아이돌이 와도 잘 모르는 어미니들께서 세윤이를 알아봐 준다는 것이 감사하다. 중장년층에게 두루 사랑 받은 작품 같다"고 말했다.
JYP로 소속사를 옮긴 이정진은 "박진영 형도 '백년의 유산'을 꼬박 꼬박 챙겨봤다. 원래 드라마와 영화를 매우 좋아하신다"며 "방송이 끝나면 연락이 와서 드라마 내용과 관련해 이야기를 한다. 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며 박진영의 반응도 전했다.
'피에타' 이후 '백년의 유산'을 하면서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말에는 앞에 놓인 커피잔을 가리키며 "인기는 수증기 같은 것이다. 운이 좋다"고 말하며 머쓱해 했다.
이정진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막 데뷔한 것도 아니고, 다양한 많은 상황들을 봤다. 스타트를 일등으로 한 적도 있지만, 일등으로 종지부를 찍은 경우도 있다. 10년 이상 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백년의 유산'은 다소 뻔한 소재에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개성 넘치는 등장 인물들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도 썼다.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악행, 출생의 비밀과 식물인간 등 진부한 소재가 반복되며 지적을 받은 것.
이정진은 드라마 막장 논란을 묻는 질문에 "막장 드라마일 수도 있지만 '막장'이라는 말로 드라마의 완성도가 폄하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참 씁쓸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뉴스만 봐도 우리 드라마와는 게임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심의에 걸려서 차마 드라마에서는 제작할 수 없는 일들이 많죠. 현 시대의 풍토가 반영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막장 논란이 일어서 드라마의 완성도가 폄하되는 것이 안타까워요. 역량 있는 좋은 선배들도 워낙 많으셨고, 좋은 연기도 많이 보여 줬잖아요."
극중 세윤은 식품회사 재벌집 아들. 여자 주인공 채원(유진 분)을 향한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줬고, 자신을 낳고 길러준 두 엄마 백설주(차화연 분)와 양춘희(전인화 분)에게는 한없이 착한 아들이었다. 그러나 너무 착한 면이 시청자들을 답답하게도 했고, 뻔한 전개는 캐릭터에 아쉬움을 더하기도 했다. 이정진도 "연기 하면서 답답한 적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너무 착해서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감독님 작전이기도 했죠. 요즘 트렌디 드라마들 보면 배우의 감정 폭이 팍팍 튀잖아요. 세윤은 모든 것을 담아놓는 캐릭터예요. 어머님 아버지가 시키면 다하고, 한마디 말대꾸도 못하고, 참 착한 아들이었죠. 실제로 저는 할 말은 하는 아들인데(웃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할 때는 시어머니 박원숙 캐릭터처럼, 하고 싶은 말 다하는 캐릭터가 신날 수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정진은 '작가에게 스토리 수정을 부탁한 적 없냐'는 질문에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웃으며 "그런 건 반칙하는 것 같아 항의를 안 한다. 감독님이 작가와 조율해서 할 이야기지,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진이 극중 세윤과 닮은 부분도 있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챙기는 세윤처럼, 이정진 역시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대한다는 것. 그 방식이 다를 지언정, 다정다감한 면모는 닮아있다.
이정진은 "다음주에는 차화연, 전인화 선배님과 같이 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다. 밥 먹으러도 자주 다녔다. 주말에는 정보석 선배님 가족들과 식사 약속이 있다. 다들 너무 편하다"고 웃었다.
'백년의 유산'을 끝난 이정진은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바쁘다. '도망자 플랜비'에서 호흡을 맞췄던 곽정환 감독의 신작 '빠쓰껫볼' 카메오 출연을 위해 경남 합정으로 내려가고, '남자의 자격' 때 도전 했었던 퀴즈 프로그램 '1대100'에도 재출연한다. 지인들과의 만남은 물론 네팔로 '도서관 짓기' 봉사활동도 다녀올 예정.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진행 중이다. "봉사활동도 좋지만 최우선은 작품이다. 들어온 작품도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내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보다 스토리가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