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넥센은 지난 4일 목동 삼성전에서 3-1로 승리하며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 고지에 올랐다. 역대 30승을 선점한 팀은 2011년 LG를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한국 시리즈 우승 확률은 48%에 이른다.
최근 넥센만큼 웃을 일이 많은 팀이 또 있을까. 5월 이후 선두권에 오른 뒤 한 번도 2위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26일 선두에 오른 뒤에는 경쟁팀 삼성마저 2승 1무로 누르고 단독 선두 자리를 굳혔다.
내용은 더 좋다. 올 시즌 49경기를 치르는 동안 연패 기록을 2경기 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순위 하락의 위험 요소를 아예 제거해버린 셈이다.
넥센은 지난해에도 6월 중순까지 선두권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연패를 당하자 순위가 급격히 하락했다. 결국 넥센은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염경엽 감독은 작년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염 감독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생각대로 진행하고 있다. 여름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구단 첫 30승 선착에 분위기가 들뜰 법도 했지만 넥센 덕아웃은 오히려 차분하다 못해 차가웠다. 주장 이택근이 경기 후 선수단을 소집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도 없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택근은 "미팅을 좋아하지 않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30승 선착을 이룬 의미 있는 날, 선수들을 한 곳에 불러모았다. "경기 승패와 팀 성적을 떠나, 야구선수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 각자 위치를 제대로 지키자." 이택근은 "워낙 선수들이 착하다. 모난 선수가 없어서 특별히 언성을 높일 일은 없다. 그런데 잘 모르는 부분은 각인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성적 상승으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팀 분위기도 흐트러질 수 있다. 이택근은 "우리 팀은 처음부터 잘한 스타급 선수가 없다. 성적이 좋을 때,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선수들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우리 팀의 전통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넥센의 신인 선수들은 시즌 초반 '인사 교육'을 한다. 모든 관계는 인사에서 시작된다는 의식에서다. 이택근은 "야구는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인성은 아니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근은 "요즘 분위기가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야구장에서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다"며 고마워했다. 덕분에 선수단에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형성됐다. 그리고 선임들은 팀 분위기가 엇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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