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프로야구에서 한 팀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주어진 기회를 놓쳐서도 안된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LG 트윈스에서는 특히 그렇다. 최근 수 년간 성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한 외부 선수들의 영입이 많았고, 기존 LG의 유망주들에게는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트레이드 등을 통해 LG를 떠난 유망주들이 타 구단에서 기량을 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LG로서는 좀 더 일찍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들이 야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LG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기만 하다.
올 시즌 LG에는 김용의(28)라는 새얼굴이 등장했다. 김용의는 20일 현재 3할2푼7리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찬 상태다. 김용의 역시 시즌 초반에는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으며 문선재와 번갈아 1루를 지켰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김용의의 계속된 활약에 주전 자리를 그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김용의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2008년 두산에 입단 후 LG로 트레이드 됐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기량 미달로 상무, 경찰청 입대가 좌절됐기 때문. 그러나 김용의는 절치부심 2년간의 공백을 극복해냈고, LG에서 새롭게 기회를 잡았다.
반대로 정의윤(27)은 큰 기대 속에 LG에 입단한 유망주다. 상무에서 군복무도 마치며 야구를 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몇 경기 부진을 보이면 스스로의 예상처럼 벤치로 물러나는 패턴이 이어졌다.
지난해 81경기에 출전해 2할8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4월까지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던 것. 정의윤 스스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기대를 걸고 있던 코칭스태프나 팬들도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당시 김무관 타격코치는 정의윤의 부진을 정신적인 측면에서 찾았다. 김 코치는 "일단 코치의 잘못"이라고 책임감을 드러낸 뒤 "(정)의윤이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주어진 기회를 통해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타석에서 서두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어 김 코치는 "항상 그런 점에 대해 조언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만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128경기에 모두 내보낼 수도 없지 않는가. 김용의를 봐라. 김용의는 스스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의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전달됐는지 정의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5월 타율이 3할4푼(47타수 16안타)에 이른다. 5월 들어 멀티히트도 5번이나 기록했다. 삼진 14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을 6개밖에 골라내지 못한 선구안은 개선해야겠지만 확실히 타석에서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현재 LG의 외야는 위기 상황이다. 이진영의 무릎 부상에 이어 박용택까지 허벅지 부상으로 수비에 나설 수 없다. 노장 이병규(9번) 역시 허벅지가 완전치 않다. 정의윤에 대한 의존도가 평소에 비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좋은 활약도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윤 스스로 그 기회를 잡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분명 타격 페이스가 떨어질 날도 오겠지만 지금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확실한 주전' 정의윤도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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