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3년 수원 삼성은 화려함보다 내실 다지기로 시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서정원(43) 감독도 무리한 우승 다짐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로 상위권 성적을 내는데 집중하겠다며 웅크리고 있다.
괌과 일본 가고시마를 거친 전지훈련에서도 서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단과의 거리 좁히기에 집중했다. 국내, 외국인 선수의 구분을 두지 않고 모두 '수원'이라는 타이틀 아래 함께 하기를 바랐다.
때문에 외국인과 국내 선수 간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팀 미팅에서도 선참부터 막내까지 모든 선수들을 돌아가며 불러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신경을 썼다.
수원은 올해 대형 선수 영입이 없었다. 선수단 규모도 과거보다는 줄었다. 정규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A컵 등을 모두 나서야 해 신인급도 그라운드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 감독은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가고시마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기존 선수들과 똑같이 출전 시간을 주며 기회가 얼마든지 있음을 알렸다.
19일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서 감독은 "작은 문제가 큰 구멍을 만든다"라며 선수들 사이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확인하며 움직였다고 전했다.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니 기량 차이도 줄어든 것 같다는 것이 서 감독의 생각이다. 서 감독은 "작년보다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난 것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선수들이 더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후보 선수들의 기량도 좋아졌다. 그들을 활용하겠다는 믿음을 주면서 동기 유발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팀내 평등한 구조는 서 감독의 경력에서 기인한다. 그는 1997~199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뛴 것을 시작으로 2005~2007년 SV잘츠부르크, SV리트 등에서 생활했다. 유럽에서 뛰며 자율적인 팀 분위기를 익혀왔던 서 감독에게 한국적인 상하 수직적인 팀 분위기와 경직된 의사소통 구조는 개혁의 대상인 셈이다.
당연히 정해진 주전은 없다. 서 감독은 "베스트11은 없다. 선의의 경쟁만 있다"라며 고정된 멤버가 아닌, 그 누구도 경쟁에서 이기면 주전 자리에 낄 수 있다며 영원한 경쟁을 선언했다.
수평적인 구조로의 변화는 수원 클럽하우스에서도 드러난다. 서 감독은 지난해 12월 부임 후 감독실의 쇼파를 원탁 테이블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상급자가 앉고 하급자들이 일렬도 바라보는 형태에서 벗어나 원탁에서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는 구조로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서 감독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단장님도 그렇고 나도 가깝게 모여서 이야기하는 원탁이 좋다"라며 교체 이유를 전했다. 모두가 함께 가고 좀 더 가까워져야 팀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서 감독의 철학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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