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이용훈은 자신의 두 번째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들은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중고교 시절부터 항상 이용훈의 마음 한구석엔 연고지 팀인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서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됐다.
이용훈은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날 바로 짐을 꾸려서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웃었다. 그만큼 절실했다. 3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부산 집에 도착해 뜬눈으로 밤을 세웠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정도로 설레였고 다음날 사직구장으로 가 구단 관계자를 만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부산 팬들 앞에서 마운드에 올라 꼭 멋진 투구로 보답을 하겠다'고 그러나 이용훈에게 이는 오랜 기간 희망사항이 됐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고향팀 팬들, 그리고 가족이 나의 힘
의욕이 앞섰을까. 이용훈이 처음 어깨에 통증을 느낀 건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뛴 첫 해인 2003년이었다. 그런데 통증을 참은 게 화가 됐다. 이용훈은 "그 때까지 한 번도 아파본 적이 없었다"며 "그리고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원래 좀 참을성이 있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부상을 키운 셈이 됐다"고 했다.
이용훈은 2003시즌 개점휴업하다시피 했다. 8경기 등판에 그쳤고 1패에 평균 자책점 11.08을 기록했다. 그리고 난생 처음 어깨에 칼을 댔다. 한 번 탈이 난 어깨는 그 뒤로 계속 말썽이었다. 구속 150km는 이젠 과거가 됐다. 다시 마운드에 서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됐다.
재활을 거쳐 마운드에 다시 오를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유망주가 아니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투수가 됐는데 2006년 다시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탈이 났던 어깨가 다시 말썽이었다. 또 한 번의 수술이 이용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용훈은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돌아봤다. 구속은 140km도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다시 지루한 재활이 시작됐다. 그런데 통증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이용훈은 "그 때는 마운드에 서는 게 아니라 캐치볼만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던져도 홈플레이트까지 공이 날아가질 않았다. 2006년과 2007년은 단 한 차례도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이용훈은 "어떻게 보면 구단이 내게 인내심을 갖고 지켜본 것 같다"면서 "다른 구단이었다면 아마 정리선수 명단에 올라가고도 남을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구속은 예전과 견줘 떨어졌지만 다시 공을 던지게 됐다. 지루한 재활을 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품은 생각은 두 가지였다.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의 함성과 응원을 기억하자', 그리고 함께 고생한 '아내의 얼굴'이었다.
▲긍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용훈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6승 7패, 5승 7패를 기록했다. 고정된 선발 자리는 아니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얻은 나름대로 귀중한 성적이었다. 그런데 2010년 또 다시 어깨가 아팠다. 이번에는 칼을 댈 수 없었다. 그랬다면 글러브를 내려놔야 할 상황이었다.
이용훈은 "돌이켜보면 2006년보다 이 때가 더 힘들었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 두 해 동안 이용훈은 주로 재활군에 머물렀다. 그래야 할 상황이었다. 1군에도 잠깐 얼굴을 내밀어 봤지만 남는 건 상처였다. 두 시즌 동안 11경기에 나와 승패는 없었다. 프로 데뷔 시즌 9승을 거두면서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투수'였던 그는 어느새 나이가 들었고 패전처리로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신세가 됐다.
2011시즌이 끝난 뒤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구단은 계약연장 통보를 했다.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전년 연봉과 견줘 1천만원 삭감이었다. 이용훈은 머리속이 복잡했다. 그는 "당시 마지막까지 계약을 안한 선수가 3명 있었다"고 했다. 손아섭, 전준우 그리고 이용훈이었다. 이용훈은 "(손)아섭이와 (전)준우는 성적도 좋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 상황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집에 돌아온 이용훈은 아내 박수정 씨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용훈은 당시를 떠올리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다음 말을 이어갔다. "감정이 좀 북받쳐서 그렇다." 이용훈은 아내에게 한 번만 더 믿어달라고 했다. 기회는 찾아오고 그걸 잡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유니폼을 벗을 수 없었다.
재계약을 한 다음날부터 이용훈은 마음 속에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었다.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후배들과 똑같이 경쟁했고 같이 땀을 흘렸다. 그 결과가 바로 올 시즌 성적이다. 비록 전반기와 견줘 후반기가 실망스러웠지만 그는 2005년 106이닝을 던진 이후 가장 많은 101.2이닝을 소화했다.
이용훈은 "사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목표는 따로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밖으로 꺼낼 때는 아니다. 올 시즌 후반기에 아프지 않고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고 난 뒤 포스트시즌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면 그 목표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고 여전히 그 목표는 진행형이다.
이용훈은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올해와 달리 마지막까지 꾸준한 성적을 낸다면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창한 건 아니다. 소박한 목표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용훈은 "송승준과 쉐인 유먼 그리고 또 다른 외국인투수 한 명을 빼면 남는 선발 자리는 둘"이라며 "후배들과 경쟁해서 선발 한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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