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로맨틱코미디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한, 그래서 한때 '로코여왕'으로 불렸던 배우 김정은(36)이 화려하게 컴백했다. 거침없이 망가지고 주저없이 깨졌다. 여기에 '코미디 감각'으로 똘똘뭉친 파트너까지 더해지자 웃음의 폭발력은 배가 됐다.
KBS 2TV 월화드라마 '울랄라부부'(극본 최순식 연출 이정섭, 전우성)가 종영한 다음날,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김정은을 만났다.
"작품이 끝나면 항상 아프다"는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미니시리즈 체질인지 촬영할 땐 안아프더니 꼭 끝나면 아프다"면서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웃음으로 완화시켰다.
◇신현준과 영혼체인지…'판도라의 상자' 연 기분
'울랄라부부'는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결정한 12년차 부부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판타지물. 서로의 몸이 뒤바뀐 경험을 통해 부부의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극중 김정은은 남편 수남(신현준)에게 기죽어 사는 가정주부 나여옥 역을 맡았다. 수남의 불륜을 목도한 이후 이혼을 감행하지만 난데없이 영혼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는 "당시 어떻게 연기했는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가 돌면 초인적인 힘이 나왔던 것 같다"라며 "때리고 부딛히고 떨어지고 튀어오르고…. 수남이 역할은 내게 '액션드라마'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연기를 하며) 남자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기분"이라며 "(드라마를 통해) 남자에게 실망감을 많이 느꼈다. 결혼에 대한 환상도 깨졌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간접 체험하면서 '결혼이 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독한 시월드 체험을 할 땐 마음이 무거웠어요. 코믹하게 다루긴 했지만 만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죠. 어려웠어요."
◇아쉬운 결말 "나라면 모험과 사랑 택했을 것"
초반 강력한 웃음폭탄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울랄라부부'는 중반부터 급격히 진지모드로 돌변했다. 기분좋은 웃음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유출이 잇따랐다.
그리고 결말마저 시청자들의 바람을 빗나갔다. 여옥이 첫사랑남 현우(한재석)와 미국으로 떠나는 대신 전남편 수남(신현준)과 재결합하기로 결심한 것. 방송은 끝났지만 드라마 결말을 놓고 시청자들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사랑을 쫓기엔) 아들 기찬이가 여옥이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면서도 "여옥이 아닌 김정은은, 아직 평화와 안정보다는 모험과 사랑이 더 좋다"고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여옥은 인간 김정은이 알지 못하는 모성을 깨닫게 해줬어요. 현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 기찬이 때문에 죄책감이 느껴졌거든요. 아마 나여옥의 사랑은, 자기 인생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엄마들의 숭고한 마음인 것 같아요. 완벽하게 공감하진 못했지만 이 역시 사랑의 한 종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정은은 징글징글한 남편 수남으로 분한 신현준에 대해선 "훌륭한 파트너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극중 수남은 여옥에게 "십여년간 인고의 세월을 거치게 만든 원수같은 남편"이자 "짠하고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극중에서 서로의 영혼이 체인지 된 사이니까, 우린 이미 부부의 마음을 넘어섰죠. 우리는 코미디를 할 때도 합을 짜지 않았어요. 눈만 봐도 지금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았거든요. 정말 최고였어요."
드라마를 마친 김정은은 이제 휴식을 가지며 차기작을 찾을 예정이다.
"'울랄라부부'를 시작하기 전 '현장에서 제대로 놀아보자' '코미디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자'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비록 밝은 내용이 시종일관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걸 배웠죠. 다음 작품은 결정된 게 없어요. 당시의 기분과 나이, 상황 등에 따라 충동적으로 결정하거든요. 꽂히면 두려움 없이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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