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홍성흔이 두산 베어스로 컴백했다. 지난 2008년 겨울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지 4년 만이다. 4년 31억원이란 두둑한 조건도 확보했다. 홍성흔의 복귀에는 3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클럽하우스 리더'의 재등장이다. 홍성흔은 야구계가 인정하는 '쾌남'이다. 승부욕이 뛰어나고 선수단을 두루 챙길줄 안다. 팀이 슬럼프에 빠지면 나서서 분위기를 살리고, 잘 나가면 페이스가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스타이지만 고개가 뻣벗하지 않다. 대인관계가 무척 원만하다. 홍성흔이 합류하면서 당장 이번 겨울부터 선수단 안팎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미칠 것으로 구단에선 기대하고 있다.
둘째 불붙은 포지션 경쟁이다. 원래 포수 출신인 홍성흔은 롯데에선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다. 수비 부담 없이 타격에만 전념하면서 기복 없는 성적을 올렸다. 개인 최고 기록인 타율 3할7푼1리를 올린 2009년에 비해서는 다소 처진 감이 있지만 지난해 3할6리 올해 2할9푼2리로 꾸준했다. 지난 시즌 6홈런에 그친 장타력도 올 시즌 15홈런으로 되살아났다. 이런 홍성흔의 합류로 두산의 1루수와 지명타자 포지션은 포화 상태다.
기존 윤석민, 오재일에 올 시즌 주력군에서 제외됐던 김동주와 최준석까지 건재하다. 일단 윤석민과 홍성흔이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양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 시즌 '비주전'의 설움을 톡톡히 겪은 기존 베테랑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전망이다. 김진욱 감독은 선수의 기량은 물론 '자세'를 중시하는 스타일인 만큼 적지 않은 분위기 전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경기장 안팎에서 '딴짓'하는 선수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셋째, 두산이 본격적으로 FA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두산은 그간 철저하게 '순혈주의'를 고집했다. 타 구단에서 탐나는 선수가 FA 시장에 풀려도 대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실을 다지며 2군에서 육성한 선수들 위주로 팀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감독 사퇴 파동' 여파로 5위에 그친 뒤 롯데와 맞붙은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맥없이 탈락하면서 '외부 수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극심한 타선 침체로 시즌 내내 고생한 탓에 타격 능력을 갖춘 중심타자를 갈망해왔다. 홍성흔 영입 효과가 당장 내년 시즌부터 극대화될 경우 두산은 향후 FA 시장의 '복병'으로 떠오를 수 있다. 지난 2001년을 마지막으로 11년간 인연이 없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결국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홍성흔 영입의 대가로 홍성흔의 올 시즌 연봉 4억원의 200%인 8억원과 선수 한 명, 또는 현금 12억원을 롯데에 넘겨줘야 한다. 홍성흔의 몸값 총액 31억원을 합하면 최대 43억원을 홍성흔 한 명을 위해 투자하는 셈이다. 쉽지 않을 수도 있었던 계약을 선뜻 강행한 이유는 결국 홍성흔이 '검증된 선수'라는 데 있다. 지난 1999년 1차 지명으로 끌어들인 뒤 2008년까지 10년간 홍성흔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한 두산이다. 4년간의 '부산 외도'를 마치고 돌아온 홍성흔이 친정팀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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