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형님 덕분이죠. 형님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지요."
LG 최동수에게 SK 김경기 타격코치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다. 김 코치는 야구를 포기하려던 최동수를 붙잡아 다시 방망이를 쥐어줬다.
최동수가 SK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난해 여름, 계속된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고령의 최동수는 당시 은퇴를 결심했다. "인제 그만 하렵니다." 그런 최동수의 손을 김 코치가 이끌었다. "(최)동수야, 한 번만 더 해보자. 이것도 안 되면 그 땐 네 뜻 인정할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바꾼 타격폼이 최동수의 인생을 움직였다. 최동수는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폼이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배트도 짧게 잡았다. '이게 과연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1군 복귀전에서 2안타를 쳤다. 당시 폼으로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동수는 "형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동수, 이호준, 박진만. 이들에 대해 김 코치는 각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령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 틈에서 아직 제 기량을 펼쳐주는 것이 고맙다. 김 코치는 "많은 나이에도 운동을 계속하는 선수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더 좋은 성적으로, 오래 하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태평양과 현대, SK까지. 김 코치는 '인천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화려한 그라운드를 뒤로하고 2001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33살이던 해였다. 김 코치는 "내가 일찍 그만둬서 그런가. 나이 많은 선수들이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00' 번을 아직도 달고 있다.
친정팀 LG로 돌아간 최동수에 이어 이호준도 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 114경기에 나서 타율 3할5리(384타수 117안타) 18홈런 71타점을 기록 중이다. SK의 우등생다운 성적이다. 역시 큰 스윙을 버리고 간결하게 밀어치는 타격폼이 효과를 봤다.
남은 숙제는 박진만뿐이다. 김 코치는 "이제 박진만만 좋아지면 한시름 놓을 것 같은데, 될 듯 안되네…"라며 아쉬워했다. 박진만의 성적은 114타수 23안타 타율 2할2리. 김 코치는 "그래도 걱정은 안 한다. 원래 실력이 있는 선수 아닌가. 언제든 올라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이들의 활약을 '회춘'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도 몇 년은 더 할 수 있는 선수들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노인네'들 모두 회춘했으면 좋겠다." 김 코치의 우스갯소리에 선수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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