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베테랑 타자 이호준(36)이 달라졌다. 이호준의 최근 페이스는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좋다.
이호준은 방망이가 살아난 지난 11일부터 거의 매 경기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최근 11경기 타율은 4할이다. 8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많은 49타석에서 가장 많은 안타(16개)와 홈런(3개)을 때려냈다. 이 기간 장타율은 7할에 육박한다. 출루율은 5할1푼, OPS는 1.210이다. SK는 이호준의 활약으로 8연패를 끊어냈고, 한때 연승을 달렸다.
'여름에 강한 사나이'. 이호준도 이런 점을 인정했다. 그의 성적은 유독 여름에 좋았다. 이호준은 "원래 여름에 강하다. 몸도 빨리 풀리고, 방망이도 잘 돌아간다"며 웃었다.
밀어치고 끊어치기
이호준이 올해도 무더위 속 선전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바로 간결하게 바뀐 타격폼이다.
김경기 타격코치는 "자기만의 큰 스윙을 고집하다가 체력이 떨어지면서 타격폼을 바꿨다. 짧은 스윙으로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변화를 느끼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밀어치고 짧게 끊어치기. 최근 이호준의 달라진 스윙이다.
25일 대구 삼성전. SK가 2-9로 뒤진 7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 나온 좌월 스리런포가 그랬다. 이호준은 차우찬의 몸쪽 높은 직구를 가볍게 당겨쳐 담장을 넘겼다.
지난 14일 문학 두산전에서도 3-0으로 앞선 3회말 상대 선발 노경은의 초구 바깥쪽 직구를 잘 밀어쳐 솔로 홈런을 날렸다.
8연패를 끊어냈던 12일 문학 넥센전에서는 김병현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홈런을 때렸다. 2-2로 맞선 6회말 무사 1루서 이호준의 투런포로 승기를 잡은 SK는 길었던 8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간결한 스윙이 해답이다"
체력의 한계는 이호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보다 떨어진 순발력과 확연히 느껴지는 힘의 차이. 노장급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고민이다.
가까이서, 또는 객관적으로 이호준을 봐온 최동수(LG, 41)도 공감했다. 최동수는 "어렸을 때는 (스윙)폼이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진다. 더구나 요즘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거기에 대처하려면 스윙도 간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수는 이어 "몸이 예전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떨어진 체력에 따라 기술을 보완해야 하는데, 간결한 스윙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SK서 LG로 이적한 최동수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나도 타격폼을 고치려고 노력하다 안돼 야구를 포기할까 하던 시기가 있었다. 작년 이 맘때였다. 2군으로 내려간 뒤 운동을 쉬면서 선수생활 정리를 생각했다. 그런데 김경기 코치님이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손을 잡아 주셨다.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폼으로 다시 타석에 섰다. '이게 과연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1군 복귀전에서 2안타를 쳤다. 당시 완성된 폼으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배트도 최대한 짧게 잡는다. 간결해진 타격폼 덕분에 예전보다 정교한 배팅을 할 수 있었다."
선배 최동수는 이호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최동수는 "(이)호준이가 잘하니까 나도 좋다. 호준이가 야구를 오래 했으면 좋겠다"면서 이호준을 응원했다. 최동수는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도 호준이 할 때까지 같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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