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7, 8위 팀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시즌 막판 상대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두 팀은 최근 나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갈 길 바쁜 4강 경쟁팀들의 발목을 잡아채고 있다.
LG와 한화는 1일 경기에서 동반 승리를 따냈다. LG는 김광삼의 호투를 앞세워 롯데를 7-3으로 물리쳤고, 한화 역시 김혁민이 KIA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3-2 승리를 거뒀다. 2위 자리를 굳히려던 롯데와 4위를 추격 중이던 KIA는 바쁜 걸음을 한 박자 늦추게 됐다.
LG는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김기태 감독이 시즌 전 역발상 목표로 내걸었던 60패에 단 1패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4위 두산에 8.5경기 차 뒤져 있지만 끝까지 포기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한화는 한대화 감독 경질 이후 힘을 내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3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승리 후 선수들은 하나같이 "한대화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수장의 갑작스러운 교체에 선수들도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LG와 한화, 선두를 독주 중인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팀은 모두 매일 받아드는 승패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1일 현재 2~4위에 올라 있는 롯데, SK, 두산은 플레이오프 직행이 가능한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5,6위 KIA와 넥센은 4강 진출에 턱걸이하기 위해서다.
그에 반해 LG와 한화는 비교적 속 편히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승패보다는 다음 시즌을 위한 리빌딩에 팀 운영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다. 순위에 있어서는 마음을 비운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내심 승리를 기대하던 하위권 팀에게 패할 경우 그 충격은 두 배로 크다. 롯데는 최근 LG와의 두 경기에서 1무1패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찬스를 놓쳤다. 여전히 3위 SK에 1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다. 2일 경기에는 LG 에이스 주키치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화에게 이틀 연속 패배를 당한 KIA는 타격이 좀 더 크다. 4위 두산과의 승차는 3경기 차까지 벌어졌고, 오히려 반 경기 차로 넥센에 추격당해 5위 자리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KIA는 2일, 만만치 않은 상대 선발 박찬호를 상대로 연패 탈출을 노려야 한다.
LG와 한화는 가을잔치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팀을 괴롭히고 있다. 이는 자칫 김이 샐 수 있는 막바지 프로야구 일정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자 팬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기도 하다. 가을의 문턱에서 7, 8위 팀들이 뿌리는 고춧가루가 매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