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끈질기게 지켜왔던 5할 고지를 내주고야 말았다. 10번이나 이어졌던 LG 트윈스의 '5할 본능'이 11번째 도전에서 깨져버렸다.
LG는 24일 잠실 롯데전에서 '에이스' 주키치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1-7로 완패를 당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승률이 5할 밑으로 내려갔다. 이전까지 5할의 기로에서 치른 10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지만, 굳건했던 5할 본능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3연패를 당한 LG는 6위까지 내려앉으며 선두권과의 격차도 꽤 벌어졌다. 선두 SK와는 4경기, 2위 롯데와는 3.5경기의 승차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7위 KIA에게도 2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3연패 과정에서 당한 두 차례의 연장 역전패가 뼈아프다.
팀 전력에 큰 손실도 생겼다. 마무리로서 뒷문을 든든히 지키던 봉중근이 22일 경기 블론세이브 후 자책하는 과정에서 오른 손등 골절상을 입은 것. 앞으로 LG는 최소 2주간 봉중근 없이 경기를 치러나가게 됐다. 올 시즌 LG의 상승세를 지탱하던 것이 바로 봉중근의 뒷문 단속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5할 승률이 무너진 후 김기태 감독은 "오히려 홀가분하다"며 "선수들 모두 수고 많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자칫 선수들이 5할 징크스가 깨진 것에 심리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 사령탑이 먼저 초연한 모습을 보이며 선수들의 동요를 막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선수단 전체가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애시당초 LG는 올 시즌 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주변 평가에 '어디 두고보자'라는 식으로 선수들이 더욱 똘똘 뭉쳐 전력을 극대화했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다시 떠올려야 할 때라는 뜻이다.
원래 봉중근도 없었다. 봉중근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를 맡은 것은 5월부터였다. LG는 봉중근이 없던 4월에도 8승8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물론 봉중근이 있을 때 모든 경기 운용이 훨씬 수월했겠지만 유원상을 비롯한 나머지 불펜 투수들도 승리를 지켜낼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선수들은 '봉중근의 공백을 어쩌나'라는 생각보다 '봉중근의 공백은 내가 메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올 시즌 LG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바로 젊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잡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이다. 항상 지켜왔던 승률 5할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에 불안감을 느껴서는 안된다. 김 감독이 "홀가분하다"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LG는 지금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치고올라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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