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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메아리만 울린 '무관중' 인천축구전용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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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기자] "전지훈련을 연장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14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았지만 힘이 빠진 표정이었다. 이날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15라운드 경기는 '무관중' 징계 상태로 열렸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난 3월 24일 대전 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관중 소요 사태를 막지 못했다. 최초 판정에 격분한 대전 서포터가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인천 마스코트를 때려눕혔을 때만 해도 일방적 폭력의 희생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격분한 인천 서포터들이 관중석 외곽을 점거하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일부 몰지각한 관중은 대전의 여성팬을 폭행해 폭력 사태로 비화했다. 축구전용구장의 장점이 순식간에 단점으로 둔갑하면서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철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팬의 행위에 의해 폭력 사태가 발생한 만큼 홈구단 인천에 책임을 물어 연고지가 아닌 제3지역 경기 개최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연고지 경기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인천 구단의 주장이 이어졌고, 연맹에 홈 경기를 허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겉으로는 연고지라는 명분을 내세운 인천이었지만 사정은 있었다. 구단 재정 악화로 선수들과 프런트 중 팀장급 임금이 체납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인천이다. 제3지역 경기를 해도 모든 경기 운영은 인천 주관이라 홈경기 개최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 결과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첫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폭력사태를 야기했던 대전과의 경기가 무관중 징계를 수행하기에 합당했지만 인천은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는 주중 홈경기를 선택했다. 하필, 상대가 포항이 됐다.

황선홍 감독은 "처음 해보는 (무관중)경기라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포항 팬들의 경기 관람 권리가 사라졌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프로스포츠는 관중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상상할 수도 없다"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타깝기는 인천의 김봉길 감독대행도 마찬가지였다. 홈팀 수장으로서 어느 정도의 책임 의식이 있는 그는 "아쉽지만 무관중 문제에 개의치 말자고 선수들에게 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환호해줘야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느냐. 우리 팬들이 저지른 잘못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씁쓸해 했다.

양팀 감독의 안타까움은 경기장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장 동쪽 관중석 철창 밖에서는 20여명의 팬들이 인천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허공으로 퍼졌을 뿐이다. 전반 29분 인천 수비수 정인환이 선제골을 터뜨렸을 때 환호 소리가 들렸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말 그대로 공허한 메아리였다.

포항 관계자는 "우리 팬들도 경기를 보러오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최소한이나마 할 수 있는 인터넷 생중계를 인천에 부탁했지만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며 "처음에는 무관중 경기를 수용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좀 열이 받는다"라고 답답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첫 무관중 경기는 경기 종료 직전 포항이 김원일의 헤딩 골로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1-1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팬이 없는 가운데 얻은 양 팀의 승점 1점은 의미가 없어보였고, 무미건조한 90분일 뿐이었다.

조이뉴스24 인천=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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