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가 걸어서 1루로 나가는 빈도가 많아졌다. 어느새 퍼시픽리그 전체 타자들 가운데 볼넷 순위가 2위까지 올랐다.
이대호는 29일 교세라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경기에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1타수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볼넷만 3개를 골라냈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서 한꺼번에 볼넷 3개를 추가한 이대호는 시즌 총 14개의 볼넷으로 퍼시픽리그 볼넷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 이토이 요시오(니혼햄)의 23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2할3푼5리의 타율에 비하면 높은 수치의 볼넷 비율이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6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경기당 1번 이상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는 셈이다.
오릭스에 입단하며 스스로 밝혔던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성적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부산에서 가진 오릭스 입단식에서 "볼넷도 많이 고르고 몸에라도 맞고 나가겠다"며 출루에 신경을 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30일 현재 출루율도 3할5푼4리(퍼시픽리그 18위)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2할3푼5리의 낮은 타율과 1개에 그치고 있는 홈런 수다. 그러나 볼넷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 투수들이 이대호에게 정면승부를 걸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많은 안타와 홈런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나쁜 공에 방망이를 내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다. 욕심을 내고 덤벼들다가는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고 만다. 이대호로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 결국 동료 타자들이 이대호 앞에 밥상을 차려줘 상대 투수들이 이대호와의 승부를 피할 수 없게 해줘야 한다.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를 후속 타자들이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대호의 득점권 타율은 3할1푼6리다. 퍼시픽리그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타점은 9점에 불과하다. 득점도 7점에 그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4개의 안타를 포함해 총 10번 출루했지만 그 중 홈을 밟은 것은 2번뿐이다. 2할3푼의 팀 타율이 보여주듯 오릭스 타선이 전체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8승1무14패를 기록, 퍼시픽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우승후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오릭스로서는 충격적인 성적이다. 이대호가 아주 부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용병 4번타자로서 좀 더 힘을 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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