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첫 승을 거둔 다음 날에도, 박찬호(한화)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13일 문학 SK전을 앞둔 한화 덕아웃은 '박찬호'로 술렁였다. 한대화 감독부터 막내 투수 안승민까지, 전날 박찬호의 투구를 떠올리며 흐뭇해했다.
박찬호는 12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한화의 8-2 승리.
개막 후 3연패를 기록 중이던 팀은 연패를 마감했고, 박찬호는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신경현 포수와 막내 안승민 투수는 박찬호의 투구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한대화 감독 "시범경기와는 다를 것이라 기대"
한 감독은 "시범경기 때보다 당연히 나을 거라 생각했다"고 믿음을 보였다. 박찬호는 두 번의 시범경기에서 8.1이닝 12실점 평균자책점 12.96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솔직히 이틀 동안 고민을 했다"고 말한 한 감독은 "그러나 찬호의 경험을 믿었다. 또 캠프 때 워낙 좋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믿음이 있었다. 그 때도 볼이 안 좋았다면 (선발 등판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본게임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감독은 "변화구가 좋았다. 제구력도 만족스러웠다. 팀이 연패 중이라 부담이 컸을 텐데, 잘 던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민철 투수코치 "분위기 달라졌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2회부터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진 것이 좋았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볼 개수와도 연관이 깊다. 그 부분이 가장 박찬호다웠다. 수비수들도 초구 스트라이크 덕분에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다. 디테일한 기술은 워낙 좋은 선수 아닌가. 어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보여준 것 같다"고 박찬호의 전날 피칭을 되짚었다.
팀의 연패를 끊어 더욱 값진 활약이었다. 정 코치는 "박찬호가 분위기를 바꿨다.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는데, 본의 아니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박찬호의 투구가 팀의 공기를 바꿨다. 더구나 오늘(13일) 류현진 등판 경기 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 다행이다"고 전했다.
투수코치로서 중심도 잃지 않았다. 정 코치는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은 선수의 기본이다. 져도, 이겨도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현 "이제 그만 내려가시죠"
"그만 던지고 내려가시죠." 박찬호와 호흡을 맞춘 베테랑 포수 신경현의 농담 섞인 말이다. 박찬호가 7회초 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자 정민철 코치와 신경현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정 코치는 박찬호의 의중을 물었고, 이에 신경현이 교체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박찬호는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신경현은 "80구까지는 좋았다. 이후 '이제 됐다'는 느낌이 와서 바꾸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원래 7회에 주자 나가면 바꾸는 걸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경현은 경기 후 박찬호와 모바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고맙다고 문자가 왔더라. 그래서 '계속 잘 던지라'고 답장을 했다"며 웃었다.
안승민 "역시 박찬호!"
캠프 때 박찬호의 룸메이트였던 안승민은 "전부 다 인상깊었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특히 노련한 땅볼 유도와 주자가 나갔을 때도 여유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박찬호'라는 느낌이었다. 1회부터 6회까지 다 좋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신인급 투수에게는 대선배 박찬호의 투구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감독도 "유창식, 안승민 등 꼬맹이들도 잘 봤겠지?"라면서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안승민은 "타자를 알고 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워낙 야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신다. 위기가 와도 여유 있어 보이고.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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