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도 넘었다…윤석민, 우려 떨친 완벽투

[한상숙기자] KIA 윤석민으로선 큰 산을 넘은 경기였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KIA와 삼성은 시즌 개막 후 나란히 2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11일 광주에서 맞붙은 양팀 선발은 KIA 에이스 윤석민과 삼성 윤성환. 더구나 지난해 마운드를 평정한 윤석민은 삼성의 신구(新舊) 홈런왕 최형우, 이승엽과 첫 대결을 벌여야 했다. 여러모로 관심이 쏠린 경기서 윤석민은 8이닝 무실점 호투로 이름값을 해냈다.

윤석민은 앞선 시범경기서는 2차례 등판해 9.2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다. 시즌 개막 후 SK에 연달아 패한 KIA로서는 에이스의 역투가 절실히 필요했다. 더구나 11일 광주 경기는 선동열 감독 부임 후 첫 홈경기였다.

윤석민은 실력으로 보여줬다. 8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삼진은 무려 11개를 잡아냈다. 삼성 타선은 이날 경기서 단 1안타에 그치며 윤석민에 꼼짝없이 당했다.

이승엽과 최형우를 만나도 윤석민은 흔들림이 없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이승엽을 몸쪽 슬라이더로 내야 뜬공으로 제압한 윤석민은 4회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서도 2구 만에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7회초에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1루 땅볼로 잠재웠다.

'천적' 최형우와의 만남에서도 확실히 기선제압을 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윤석민을 상대로 타율 5할5푼6리(18타수 10안타) 4홈런 출루율 5할7푼9리를 기록하면서 월등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은 4회 볼넷 하나를 얻어낸 것을 제외하고 두 차례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특히 윤석민이 7회 이승엽을 1루 땅볼 처리한 뒤 최형우에게 4구째 팜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최형우는 순간 방망이를 놓치고 말았다. 스프링캠프 때 잠시 선보였던 윤석민의 팜볼이 실전에서도 깜짝 무기로 통했다.

이날 KIA는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김원섭이 바뀐 투수 권혁으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1-0 신승을 거뒀다. 연패 탈출과 선동열 감독 부임 후 첫 승이라는 수확 외에도 윤석민의 호투를 확인한 귀중한 승리였다. 윤석민은 8회까지 던지고 0-0에서 물러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삼성 타선을 무장해제시키며 KIA의 승리를 부른 일등공신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선동열 감독 역시 경기 후 "윤석민이 정말 잘 해줬다"며 에이스의 든든한 활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