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나는 선수 아닌 줄 알았다."
LG 트윈스의 김기태 감독이 지난 8일 은퇴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현역 생활과 작별을 고한 영원한 '어린왕자' 김원형(SK 코치)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1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비로 취소된 잠실구장 감독실에서 은퇴한 옛 동료 김원형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 감독과 김원형은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의 입단 동기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데뷔한 김 감독이 전주고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행을 택한 김원형보다 나이는 세 살 많다.
김 감독은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무려 21년 전의 장면을 떠올렸다.
"당시엔 고졸 선수가 별로 없었다. 빼빼 마르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 있길래 '또 빽 써서 들어왔구나'했다. 선수도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캠프에 가서 공을 던지는 것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무섭게 공을 뿌리던 신인투수 김원형의 모습에 김 감독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특히 커브가 일품이었다고 김 감독은 추억에 잠긴 듯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김원형이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완봉승을 거뒀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김 감독과 김원형이 신인이던 1991년 8월14일.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 쌍방울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김원형과 선동열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김원형은 9연패 중이었고 선 감독은 국내 최고 투수로 군림하고 있었다. 당연히 선 감독이 등판한 해태 쪽으로 승부의 무게추가 기울었지만 결과는 예상 밖으로 쌍방울의 1-0 승리로 끝났다. 김원형의 완봉승. 훗날 주형광(롯데 코치)에 의해 깨지기는 했지만 당시 최연소 완봉 기록이었다.
김 감독의 기억에 김원형과 선 감독의 선발 맞대결이 유독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날 경기의 결승타가 김 감독이 터뜨린 솔로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입단 동기가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할 때 김 감독도 당당히 한 몫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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