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올해가 아니면 끝입니다." 롯데 포수 이동훈은 스프링캠프에 가기 전 굳건하게 각오를 다졌다. 1981년생 포수인 이동훈에게 팀 백업포수였던 장성우의 경찰청 입대는 천금의 기회나 다름없었고, 그는 두 주먹을 불끈 거머쥐고 캠프지로 떠났다.
24일 사직구장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서 이동훈은 좌중간 펜스를 훌쩍 넘기는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동훈 본인도 놀란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고, 양승호 감독을 비롯해 팀 동료들은 생각지도 못한 홈런포를 반색하며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
이날 이동훈은 1-1로 맞선 5회말 1사 상황서 교체 등판한 LG 좌완 신재웅의 3구째 몸쪽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겼고, 타구는 강하게 부는 바람을 뚫고 사직구장 펜스를 넘어갔다. 8번 타자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신재웅은 흔들렸고, 볼을 남발하다 결국 2사 후 3연속 안타를 두들겨맞고 추가 3실점했다. 롯데는 단숨에 5-1로 스코어를 벌렸다.
이동훈은 한서고-동의대를 졸업하고 2005년 2차 7라운드 전체 47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우투우타 포수다. 하지만 입단 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2009년까지 1군에서 단 2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2010년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해 9월 전역, 팀에 합류했다.
사실 이동훈은 공격력에서 전혀 기대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장성우의 입대로 인해 백업포수의 발굴이 중요함을 깨닫고 이동훈, 김사훈, 윤여운 등을 캠프지로 데려가 성장시키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하지만 방망이에서 세 명 모두 기대에 못미치면서 양 감독은 "백업포수는 수비력만으로 봐야겠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와중에 이동훈은 시범경기에서 큼지막한 홈런포를 쏘아올리면서 사령탑에게 공격력을 갖췄음을 어필했다. 양 감독으로서도 큰 고민거리를 덜 수 있는 가능성을 본 셈이고, 웃음이 절로 흘러나올 만했다. 이동훈의 홈런 한 방은 롯데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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