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모든 상황을 감안해서 시즌 초반 마운드 운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두산의 전통적인 강점 중 하나는 두터운 불펜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펜은 두산의 아킬레스 건이 됐다. 한때 불펜의 핵을 이뤘던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까닭이다. 설상가상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였던 정재훈마저 재활에 매달리며 초반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재훈과 스캇 프록터로 이어지는 '뒷문'을 구상했던 김 감독이 생각해낸 대안이 노경은이다. 구위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라면 프록터와 좋은 짝이 될 것으로 봤다. 뚜껑을 열어보자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노경은과 프록터가 두산 불펜의 새로운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20일 잠실 LG전에서 이들은 경기 후반 차례로 등판, 실점 없이 상대 타선을 잡아냈다.
1-1 동점이던 8회초 2사 뒤 등판한 노경은은 불펜투수의 또다른 미덕인 위기 탈출 능력도 보여줬다. 살얼음판 같던 9회초 선두 서동욱에게 좌중간 3루타를 내주며 핀치에 몰린 것도 잠시. 김태완을 3루땅볼, 작은 이병규를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2사 만루에서 김태군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1루 관중석 홈팬들은 물론 덕아웃의 김 감독도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은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전력투구가 아주 좋았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가 10회초 등장한 프록터는 명불허전이었다. 이날은 구위보다 제구에 신경을 쓰면서 LG 마지막 공격을 공 13개로 마무리했다. 오지환, 손인호, 최동수를 삼진 2개를 곁들이며 가볍게 처리했다.
앞선 연습경기 및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던 불안했던 모습은 사라졌다. 뉴욕 양키스의 주축 셋업맨 출신다운 위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프록터는 오늘 구속보다 컨트롤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는데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본인이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투수진의 골치거리는 선발로테이션의 후미와 불펜이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고민거리가 해소돼가는 분위기다. 3선발 이용찬과 4선발 임태훈이 기대 이상의 페이스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여기에 노경은이 자신의 잠재력을 올해야말로 결과로 보여준다면 큰 두통거리가 사라진다.
노경은과 프록터는 150㎞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빠른 공이 매력이다. 경기 후반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불펜 원투펀치의 모습은 올 시즌 두산 경기의 새로운 명물이 될 수도 있다. 노경은과 프록터가 밀고 끌 두산 불펜이 점점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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