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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의 희망그라운드]서건창, '등번호 111번'의 절실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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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기자] "엇! 저 선수는 누구죠?" "허허, 우리 내야 유망주입니다."

넥센의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등번호 111번을 달고 주로 2번타자로 기용되고 있는 내야수 서건창이다. 색다른 배번(넥센은 110번 이후부터 신고선수다)과 함께 특이한 타격폼을 가지고 있는 서건창은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허투루 플레이하지 않는다. 땅볼 한 개에도 전력을 다해 1루로 질주하면서 그는 어느새 넥센 선수단에서 늦깎이 유망주로 인정을 받게 됐다.

김시진 감독은 현재 서건창을 2루수 김민성의 경쟁자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비단 사령탑뿐만 아니라 김성갑 수석코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김민성으로서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서건창은 "그런 경쟁을 생각할 처지도 못된다"고 부담스러움을 드러내지만, 정작 연습경기에서 눈빛을 번뜩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쉬웠던 야구인생, 벼랑 끝에서 붙잡은 기회

1989년생 서건창은 우투좌타 내야수로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당시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신인 지명드래프트 결과를 기다렸지만, 8개구단 어느 팀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고, 서건창은 아쉬움을 곱씹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운 것이라고는 야구밖에 없는 그는 LG 입단 테스트를 치렀고, 신고선수로 힘들게 겨우 프로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일단 프로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2008년 6월 정식선수로 등록된 서건창은 단 1경기 출전해 1타수로 1군 무대를 경험해보고는 다시 구리(2군 훈련장)로 내려갔다. 이후 열심히 노력했지만, LG는 서건창에게 더 이상 미래를 보지 못했고 2009년말 그를 방출했다.

"2008년에 신고로 입단했죠. 일단 프로선수가 정말 되고 싶어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LG에 있을 때는 2군에 계속 있다가 2008년 6월 등록 후 7월인가 딱 한 번 경기에 나가본 게 다예요. 1군 경험은 사실 없죠."

방출 후 서건창은 일단 군입대(현역)를 선택했다. 당장 다른 팀을 알아보기도 마뜩지 않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일찍 병역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년간 야구를 잊고 생활한 서건창은 전역 후 홀로 몸만들기에 나섰고, 지난해 11월 넥센의 입단테스트에 합격했다. 그리고 곧바로 합류한 마무리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마침내 구단 측과 정식선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LG서 나온 후 일부러 군대부터 일찍 갔어요. 다른 팀을 알아볼 수도 있었는데 일단 병역부터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도저히 야구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그리고 넥센에서 테스트를 봤고, 합격했어요. 구단에서 마무리 캠프 후에 정식선수로 계약하자고 해서 기쁜 마음에 사인했어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첫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도 내게는 행복

넥센에 입단한 후 서건창은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를 경험했다. 미국 애리조나서 열린 1차 캠프는 물론 일본 가고시마에서 실시 중인 2차 캠프에도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전지훈련 일정을 몸에 익혔다. 주전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기량을 점검하는 연습경기지만, 서건창은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캠프에 합류한 것 자체만으로도 서건창은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캠프는 처음 와봤어요. 정신이 없네요. 하지만 따뜻한 데서 훈련을 하니까 정말 좋아요. 사실 테스트 받기 전에는 광주에서 혼자 운동을 했었는데 힘들었거든요. 형들도 정말 잘 해주고. LG에 있을 때보다 마음은 여기가 더 편한 것 같아요. 또 하필이면 룸메이트도 LG 2군 시절 매일 보던 (박)병호 형이라서요. 처음 봤을 때는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서건창으로서는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물러나면 더 이상 야구의 꿈을 이어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주전 욕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

"연습경기라고 해도 한 경기 한 경기가 내게는 정말 소중해요. 정말 야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중하고 소중한 경기라고 말할 수 있어요. 훈련이든 경기든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

부모님 감사합니다

서건창은 LG서 방출 후 군입대를 결정할 무렵 많은 방황을 했다. 물론 일찍 병역을 해결하자고 마음을 먹고 결과적으로 잘 해냈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신고선수 입단 후 방출은 야구만 알고 살아온 20대 초반의 청년에게는 살가운 현실이 아니었다.

"그 동안 부모님께 마음고생을 많이 시켜드렸는데 많이 속상했어요. LG서 나왔을 때 모든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잘 챙겨주셨거든요. 그런데 이런 기회가 다시 와서 정말 효도하고 있는 심정이에요. 할 수 있는 게 야구뿐인데 그걸 아들로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여동생도 한 명 있는데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죠. 야구에 관심이 많거든요."

제2의 야구인생, 출발점은 넥센

서건창의 동기로는 김선빈(KIA), 정찬헌(LG) 등이 있다. 프로에 입단해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치고는 많지 않은 수. 하지만 서건창은 이들을 바라보면서 부러움의 눈길을 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동기인 신고선수 출신 포수인 윤여운(롯데)과 함께 서건창은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어느덧 후배들도 많아졌고, 그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여지가 없다.

"목표는 있습니다. 주전은 신경쓰지 않을 거에요. 주전은 현재 내 위치에 안맞는 욕심인 것 같아요. 아직 시작도 안한 단계잖아요. 1군에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진입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운동장에서 팬들의 눈에 띄고 싶어요. 무명생활의 한이 없다고 할 수는 없거든요. 절실하다는 말이 있는데 딱 내 처지에요. 여기서 물러서면 전 진짜 끝이거든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t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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