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승화(롯데)에게 2011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전준우 3루수 기용 등 양승호 감독이 계획한 공격력 강화전략의 일환으로 주전 중견수를 차지, 힘찬 발걸음으로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참혹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2010년 겨울부터 호주교육리그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고 스프링캠프에서도 누구 못지않게 열정을 쏟았지만, 정작 정규시즌에서 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방망이가 침묵했다. 개막 후 무안타로 일관하던 이승화는 2군까지 다녀온 후 5월29일 KIA전서에야 첫 안타를 신고할 수 있었다. 무려 32타석 27타수 만에 나온 시즌 마수걸이 안타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승화는 주전 중견수 자리를 다시 외야로 돌아온 전준우에게 빼앗겼고, 결국 2011년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로 마감했다. 70경기 출장해 타율 1할2푼(75타수 9안타)을 기록한 것이 고작이었다.
가고시마 스프랭캠프에서 22일 공식 훈련을 끝내고 숙소에서 만난 이승화는 차분히 지난 시즌을 얘기했다. 팬들의 비난에 가슴도 아팠고, 부모님 뵐 면목도 없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인 이승화는 더욱 말수가 줄어들었고, 당당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시선을 떨궈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떨쳐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82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31세. 더 이상 물러설 수 없고, 힘들게 뒷바라지를 해주신 어머니를 위해서도 제2의 도약은 필수사항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다음은 이승화와의 일문일답>
-2011년은 되돌아보기 싫은 한 해였을 것 같다. 시즌 초 팀 추락과 함께 팬들에게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방망이가 안맞았을까.
"글쎄, 아무래도 조바심이 있었다. 급한 마음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섰다. 그런데 오히려 독이 됐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잘하려는 마음이 앞섰다."
-무안타가 이어지면서 팬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잘 안다. 사직구장에 나갈 때 팬들을 보는 것 자체로도 미안함이 들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 부분은 더 이상 생각 안하고, 일단 지금은 타격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올해는 타격에서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목표로 삼은 수치가 있는지?
"매년 목표를 잡고 어느 정도 치겠다고 다짐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올해는 구체적으로 수치를 잡기보다는 열심히 하고 있는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 실제로 캠프에서 좋아지는 느낌이 있다. 아무리 못해도 작년보다는 잘할 것 같다.(웃음). 음… 그래도 최소 2할8푼은 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팬분들 시선도 있고, 또 그래야 나도 내년에 희망이 있다."
-올해 팀은 이대호의 이탈로 인해 수비포지션과 타순 변경이 불가피하다. 분명 시즌 중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것 같다.
"현 상황이라면 내가 좋게 출발해도 백업선수다. 하지만 어떻게 현실이 변할 지 알 수 없다.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으니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면,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같은 실패는 하지 않겠다. 준비를 잘하고 있겠다."
-각오 한마디 던져 달라.
"각오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작년같은 실패를 안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다. 빨리 개막했으면 좋겠다. 조바심이 많이 없어졌다. 안되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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