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비리 의혹 폭탄이 터진 대한축구협회가 꼬리 자르기로 사태를 수습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김진국 전무가 27일 전격 사퇴했다. 비리를 저지른 협회 직원 A씨에게 징계가 아닌 1억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준 사실을 축구협회 노동조합이 26일 폭로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김 전무는 "비리 행위 직원을 감싸거나 관련 사건 조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부정했다. 노조가 A씨의 조사 과정에 김 전무가 부당하게 개입해 조사를 중지시켰다고 한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조중연 회장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울 뿐"이라며 김 전무의 사퇴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이후 조 회장은 김주성 국제국장을 사무총장에 내정하는 등 김 전무의 사퇴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축구협회 노조는 당사자인 김 전무의 사퇴 결정을 수용한다는 뜻을 나타내며 더 이상의 확전없이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손성삼 노조위원장은 "김 전무가 사퇴한 만큼 더 이상의 행동은 없을 것이다. 축구협회의 향후 행정 처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라고 전했다.
다만, 김 전무가 사과나 해명 없이 사퇴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조사 방해에 대한 사과나 해명이 없었던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부의 소통을 막고 있던 인물이 물러났으니 더 이상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가 사퇴하기까지 벌어진 다양한 일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여유도 보였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노조 간부들을 전원 타부서로 발령했다. 이를 두고 보복성 인사라는 말이 나왔지만 김 전무 사퇴로 모든 것이 정리된 만큼 추가적인 집단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무의 사퇴가 축구협회를 향한 의혹의 시전을 모두 덮은 것은 아니다. 직원의 횡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축구협회의 투명한 행정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도 터져나왔고, 비리로 물러난 직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도 뒤집히지 않았다. A씨에 대한 형사 고발 문제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손 위원장은 "형사고발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문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김 전문의 사퇴를 수용하고 형사고발 하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것 같다는 축구팬들과 누리꾼의 지적에 대해서는 "책임자가 사퇴했으니 모든 일을 멈추겠다"라고 넘겼다.
협회 수뇌부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노사 모두 이 정도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축구협회의 미래와 향후 일처리를 위해서도 좋다는 공감대가 있다. 더 상처를 내면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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