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임진년(壬辰年)을 이틀 앞둔 신묘년(辛卯年) 12월 30일 승진 인사를 단행, 모두 16명에게 새 직책을 부여했다. 부장에서 국장 대행으로 4명, 과장에서 차장으로 2명 등 나름대로 대규모 승진 인사였다.
언뜻 인사 쇄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사 적체를 해소한 것이다. 필요한 자리를 새사람으로 메우기는 했지만 너무 늦게 이뤄졌다는 내부 반응이 적지 않다. 그만큼 축구협회가 유연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정몽준 명예회장 시절 기용된 현대중공업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축구협회를 떠난 뒤 공백이 매우 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축구인 출신 수뇌부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무엇보다 회장과 전무 사이의 가교 역할과 축구계 화합을 이끌 사무총장의 부재가 아쉽다. 지난 2009년 7월 가삼현 전 총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한 뒤 그를 대체할 인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조중연 회장이 공모를 시도했지만 적임자가 없다며 뽑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승부조작을 시작으로 각급 대표팀의 성적 부진, A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 선수 차출 중복, 기술위원회의 무능,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 감소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한 것이 없다. 때문에 축구인 출신 수뇌부들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축구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올해 축구계는 다양한 현안들로 가득하다. A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고 올림픽대표팀은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과 본선을 치러야 한다.
일단 최강희 감독의 선임으로 급한 불을 껐고 양 대표팀의 선수 차출도 순조롭게 이뤄질 분위기지만 매번 '미봉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다시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준비중인 승강제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 승강제의 힘은 하부리그에서 나오지만 강등만 준비되어 있을 뿐 승격을 위한 제도 정비는 전혀 되지 않았다. 시·도민구단들이 스플릿시스템으로 강등 4팀을 가리는 프로연맹의 제도 도입에 완벽하게 동의하지 않는 이유도 하부리그의 부실 운영이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밀어붙이기 식이 되지 않으려면 축구협회의 컨트롤이 필요하다.
실업축구팀이 프로화할 수 있는 법 개정 등을 위해 다른 스포츠와 연계해서 정, 재계를 설득하라는 지적이 지난 2006년 말 고양 국민은행의 내셔널리그 우승 직후 승격 거부 때부터 끊임없이 나왔지만 이 역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다른 종목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축구 혼자서 왜 법 개정에 목말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실제로 한 아마 종목의 고위 임원은 "목소리는 축구가 제일 크지만 해결 능력은 미비하다. 왜 법 개정이 필요한지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라며 비판했다. 동종업계부터 설득해야 축구계의 숙원사업이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다.
무엇보다 2012년은 선거의 해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다. 축구계도 2013년 1월 새 회장을 뽑는다. 올해 내내 축구계 여당과 야당이 선거로 시끄러운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의 경질 뒤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투표권이 있는 일부 지역 축구협회 회장은 공공연히 현 집행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정도다.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해 조중연 회장이 당선 당시 내세웠던 '소통을 통한 화합'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야권 인사들도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또,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일부 축구인들이 선거판에 휩쓸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스스로는 선의라고 하지만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철저히 자제해야 한다. 축구는 정치에 중립적인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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