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경기를 승리로 끝내고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은 마무리투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수호신'이라는 수식어도 마무리투수에게만 따라붙는다. 그러나 화려함과 함께 부담감과 책임감도 막중한 보직이 바로 마무리투수다.
좋은 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수준급 마무리투수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아무리 선발진과 타선이 강해도 마무리가 약하다면 경기 막판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전패가 잦아지면 팀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만다. 마무리투수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삼성이 정규리그-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끝판대장' 오승환의 힘이 컸다. 오승환은 리그 최고의 소방수로 활약하며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이라는 특급 성적을 거뒀다. 삼성은 8회까지만 리드를 지키면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오승환의 활약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 두산, 한화, 넥센도 일찌감치 마무리투수를 정하고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마무리로 뛰었던 김사율을 재신임했고, 한화 역시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해 좋은 활약을 보인 바티스타에게 뒷문을 맡긴다. 외국인 마무리를 찾던 두산은 스카 프록터를 영입해 고민을 해결했고, 넥센은 2010 구원왕 출신 손승락이 건재하다.
그 외 SK, KIA, LG는 아직 마무리투수를 정하지 못했다. 세 팀 모두 후보는 있지만 아직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여러가지를 고려해 투수들의 보직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SK는 지난 2년간 팀내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던 두 투수를 한꺼번에 떠나보냈다. 2010년 20세이브를 따냈던 작은 이승호와 지난해 16세이브를 기록한 정대현이 한꺼번에 롯데로 FA 이적했다. 일단은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마무리를 맡았던 엄정욱이 유력한 후보지만,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재활 중이라는 변수가 있다.
KIA는 김진우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지난해 그라운드 복귀에 성공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여준 김진우는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기 위해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진우 외에도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유동훈도 마무리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불펜 요원으로 영입한 새 외국인 투수 알렉스 그라만 역시 마무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LG 역시 지난해 마무리로 뛰었던 송신영이 FA를 선언, 한화로 이적해버려 상황이 급해졌다. 최근 몇 년간 줄곧 마무리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LG의 고민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선발 에이스 박현준의 마무리 전향설까지 나왔지만 박현준은 선발로 기용할 방침이다. 경찰청에서 제대한 사이드암 우규민, 지난해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한희 정도가 후보로 꼽힌다.
아직 마무리가 정해지지 않은 세 팀의 경우 더블 스토퍼, 또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할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후보가 없는 가운데 한 명에게만 마무리를 맡기게 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여러 명의 불펜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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