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이만수 SK 감독도 로페즈의 '난동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새로 영입할 외국인 투수로 KIA에서 뛴 로페즈가 거론되자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외부에서 판단한 로페즈의 성격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입을) 망설이기도 했다."
로페즈가 덕아웃에서 보여준 행동이 문제였다. 자신을 교체한다는 이유로 공을 땅에 던지고, 승리가 날아가자 덕아웃에서 의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팀플레이가 강조되는 야구 경기에서 '튀는' 외국인 선수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정식 감독 부임 첫해를 맞은 이 감독에게는 더욱 신경이 쓰이는 문제였다. 지난 3년 동안 KIA에서 29승(24패)을 올리며 실력은 검증됐지만, 자칫하면 선수단 분위기 와해라는 더 큰 걸림돌을 만날 수 있다.
다행히 전 KIA 코치였던 최경환 타격 코치 덕분에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최 코치가 로페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성격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라고 하더라. 야구 열정이 누구보다 뛰어나고, 보기보다 착하다고 했다. 경기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것도 잘하려는 의욕이 앞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더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났던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한 이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감독은 "문화가 달라 생긴 문제인 것 같다. 구단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뒤로는 실수가 없었다고 한다"면서 로페즈를 감싸안았다.
윈터리그서 확인한 로페즈의 몸 상태도 만족스러웠다. 박철영 배터리코치는 새 외국인 투수 물색을 위해 찾은 도미니카공화국서 로페즈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봤다. 이 감독은 "윈터리그서 10경기 이상 등판했다고 한다. 만약 부상이 있다면 그렇게 뛸 수 없다. 로페즈의 투구를 직접 본 스카우트도 '던지는 것을 보니 그만한 투수가 없는 것 같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그 정도면 됐다' 싶어 계약했다"고 로페즈와 계약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KIA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로페즈는 5일 SK와 계약해 올 시즌 4년째 한국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로페즈에게 14승을 주문했다. 지난 2010년 김광현(17승7패)에 이어 팀내 최다승 2위였던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14승7패)가 올린 승수다. 2011시즌 SK의 최다승 투수는 8승의 송은범이다. 이 감독은 "선발로 총 29차례 정도 등판한다면 그 중 최소한 5할은 해주지 않겠나. 14승은 올릴 것으로 본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9년 KIA 유니폼을 입은 로페즈는 첫해 14승5패 방어율 3.12로 최다 승리투수와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수상했다. 이 감독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페즈가 7∼8이닝 정도를 소화한다면 중간 투수들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밝은 청사진을 내놨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