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최근 K리그에는 젊은 감독 열풍이 불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을 시작으로 신태용 성남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 유상철 대전 감독까지 젊은 감독들의 신선한 행보가 K리그를 좌지우지했다. K리그 팬들 역시 기존 감독들과는 다른 톡톡 튀는 젊은 감독들에 환호했고, 젊은 감독들은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런 분위기가 K리그 노장 감독들의 입지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모두가 젊은 감독들에게 열광하다 보니 노장 감독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K리그의 주도권을 젊은 감독들에게 내줘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당당히 노장 감독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가 있다. 바로 K리그 최고령 감독인 김호곤 울산 감독(60)이다.
김호곤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당시 "노장 감독은 경험이라는 힘이 있다.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번 서울전에서 노장 감독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경험과 노련미로 무장한 울산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전이 열리기 전 만난 김호곤 감독은 "나는 아직 60대인데 왜 못하는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나이가 더 많지 않느냐. 어느 나라를 봐도 30대 40대 어린 감독이 있으면 노장 감독들도 있다. 이들이 잘 섞여야 한다. 지금 추세가 젊어지고 있지만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 못한다. 나이를 떠나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야 한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오늘 나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김호곤 감독의 공언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울산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FC서울과의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뒀다. 또 경기 전 예언했던 '김신욱 카드'도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김신욱은 경기 내내 높은 제공권으로 서울 수비를 흔들었고, 결승골을 터뜨린 주인공이 됐다.
서울은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울산에 무릎을 꿇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정규리그 3위 서울이 그것도 홈구장에서 6위 울산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울산은 너무나 여유롭게 서울을 요리했다. 서울은 다급해져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모두가 서울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노장 김호곤 감독은 보란 듯이 노련함으로 그 예상을 뒤엎었다.
울산의 승리는 노장 감독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젊은 감독 열풍도 좋지만 노장 감독들과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것 역시 증명했다. 젊은 패기와 베테랑의 노련함이 섞여야만 좋은 팀이 되듯이, 건강하고 스토리 있는 K리그를 위해서도 젊은 감독과 노장 감독의 조화가 필요하다. 김호곤 감독이 노장 감독의 필요성을 능력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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