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포스트시즌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시리즈를 앞둔 사령탑들의 선발 투수 예고다. 예전 같았으면 꽁꽁 숨겼을 선발 카드를 일찌감치 공개해버린다.
삼성-SK의 한국시리즈를 하루 앞둔 24일 미디어데이 행사. 삼성 류중일 감독은 "3차전까지 (선발투수를) 모두 말씀 드리겠다"며 "1차전 매티스, 2차전 장원삼, 3차전 저마노"라고 3차전까지의 선발 투수를 예고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렀기 때문에 내일(1차전)까지만 얘기 하겠다"며 고효준을 선발 예고했지만 이는 이만수 감독대행의 말대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플레이오프를 앞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였다. 롯데 양승호 감독이 먼저 "3차전까지 공개하겠다"며 "다승 순으로 1차전 장원준, 2차전 송승준, 3차전 사도스키"라고 예고했다. 그러자 이만수 감독대행도 지지 않고 "그럼 우리는 4차전까지 공개하겠다"며 "1차전 김광현, 2차전 송은범, 3차전 고든, 4차전 윤희상"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자 양 팀 감독들은 자신의 말을 실행에 옮겼다. 송은범이 감기 증세로 순서를 바꿔 2차전이 아닌 3차전에 선발등판했으나 3차전 선발 예정이던 고든과 교체돼 큰 변화는 없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나타난 감독들의 선발 투수 예고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감독들은 뻔히 보이는 경우라도 경기 전날까지는 절대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를 미리 공개하는 것은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깜짝 선발' 카드에 대비하지 않아도 되고 미리 예고된 선발 투수에 맞춰 팀 운용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럼에도 미리 자신의 패를 보여주는 것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냄으로써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선발 투수를 미리 공개한 것이 전부 '초보 사령탑'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 SK 이만수 감독대행, 삼성 류중일 감독은 모두 올 시즌 처음 사령탑에 오른 인물들. 이들은 나란히 선발투수를 미리 공개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새로운 사령탑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 장단점이 있겠지만 포스트시즌의 묘미를 한층 끌어올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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